“저 기자실 1년 만에 와봐요”

입력 2020-07-05 02:13

“저 여기(기자실) 사진 찍으러 1년 만에 왔어요. 이겨서 정말 기뻐요.”

샌드박스 게이밍 ‘루트’ 문검수가 시즌 여섯 번째 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소감을 밝혔다.

샌드박스는 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팀 다이나믹스와 접전을 치른 끝에 세트스코어 2대 1로 승리했다. 1승5패(세트득실 -8)가 된 샌드박스는 9위 자리에 머물렀다.

문검수는 지난해 진에어 그린윙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았다. 팀은 스프링 시즌 1승17패, 서머 시즌 18전 전패를 기록했다. 현재 LCK 기자실 인터뷰는 승자 팀을 대상으로만 진행된다. 그는 작년 3월17일 아프리카 프릭스전을 이겼을 때 딱 한 번 기자실을 찾아봤다며 멋쩍어했다.

지난 연말 샌드박스로 이적했지만, 취재진과는 이상하리만치 연이 닿지 않았다. 샌드박스는 스프링 시즌에 5승을 거뒀다. 그러나 문검수는 팀이 1라운드에 2승을 챙기는 동안 경쟁자 ‘레오’ 한겨레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문검수는 스프링 시즌이 2라운드에 접어들 때쯤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회가 온라인 진행 방식으로 변경됐다. 3번의 승리를 거뒀음에도 취재진과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이날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다소 긴장한 듯한 말투로 “1년 만에 기자실을 찾아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문검수와의 일문일답.

-연패가 길어졌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연패하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해온 대로 이날 경기에 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코치님들께서 멘탈 케어를 잘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왜 이렇게 부진했다고 보나.
“팀플레이가 잘 맞지 않았다. 오늘은 서로 맞춰주려고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초반 대진운이 안 좋았다는 시선도 있다. 강팀들만 만났다.
“대진운이 나빴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를 상대하느냐를 떠나서 우리의 기본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상대할 팀들도 절대 약하지 않다. KT 롤스터는 스프링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고, 한화생명e스포츠도 바텀 듀오가 강력하다. 지금도 편안한 마음은 아니다.”

-‘야마토캐논’ 야코브 메브디 감독이 마침내 선수단에 합류했다.
“긍정적인 분위기, 좋은 분위기를 선수단에 전달하시는 분이란 느낌을 받았다.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신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부적이라고 드래곤볼 모형 5개를 선수들에게 나눠주신 게 가장 인상 깊었다. 게임과 관련된 피드백보다는 멘탈 관리 차원의 도움을 받았다.”

-오늘 단식 세나가 아닌 일반 세나를 플레이했다.
“어제 연습에서 감독님께서 일반 세나를 실험해보자고 제안하셨다. 단식 세나는 게임이 길어질수록 약해진다. 일반 세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단식 세나보다 좋다고 판단해 사용했다. 안개(영혼) 등장 확률의 상향은 체감되지 않지만 일반 세나도 좋은 것 같다.”

-바루스를 상대에게 풀어줬다. 이제 1티어 픽이 아니라 보나.
“바루스가 라인전도 세고, 한타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요즘 탑라인과 미드라인에 등장하는 챔피언들의 성격이 바뀌었지 않나. 10.12패치에서 능력치 하향도 됐고. 무조건 밴해야 하는 1티어 챔피언까진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픽은 맞다.”

-그러고 보니 T1전에선 왜 ‘유성 바루스’가 아닌 ‘치속 바루스’를 했나.
“개인적으로 칼리스타를 상대할 땐 유성 바루스가 불편하더라. 라인전을 편하게 하려고 치명적 속도 룬을 선택했다. 한타 과정에서도 탱커를 때릴 때 유성 바루스보단 치속 바루스가 대미지를 넣기 편하다.”

-아직 시즌은 반환점도 안 돌았다. 남은 시즌에 임하는 각오는.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