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한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했다. 이번 추경안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파행 등으로 불참한 가운데 여당과 소수 야당이 참여 속에 이뤄졌다.
국회는 3일 밤 본회의를 열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원안, 35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이 순감한 추경안을 재석 187명 중 찬성 180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신용보증기금 등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37건도 함께 의결했다.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추경 28조4000억원을 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3월17일 1차 추경 11조7000억원, 4월30일 2차 추경 12조2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 추경 처리다. 지난달 4일 정부의 추경안이 제출된 지 29일 만에 처리됐다. 한해 3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이날 추경안 표결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파행과 3차 추경안 졸속 심사에 반대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야당의 참여 속에 이뤄졌다. 정의당 의원 6명도 전원 추경 심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권표를 행사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상임위원장 독점 체제를 구축한 당일부터 상임위 예비신사에 돌입해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까지 닷새에 걸쳐 나 홀로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추경안 심사 과정을 놓고 충돌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본인이 (심사에) 들어오지 않으면 졸속이고 부실인가”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야당의 견제 없이 심사된 3차 추경이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과 통합당을 모두 비판했다. 배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졸속 처리하게 할 명분 제공한 게 통합당”이라며 “경기 불참하고 끝날 때 와서 무효라고 외친 격”이라고 꼬집었다.
배 원내대표는 또한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가 정한 데드라인 지키기 위해 35조원을 제대로 심의 않는 건 국회 존재 이유 망각한 행위”라며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찬성할 수 있고, 시급한 민생 위한 추경인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3차 추경에는 고용안전망을 위한 고용안정 특별대책 이행 지원을 위한 9조1000억원, 내수와 수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1조원 추가 발행 등 3조2000억원, K-방역 산업 육성 등 2조4000억원 등의 예산이 추가 편성됐다. 한국판 뉴딜을 위한 예산도 4조8000억원이 추가됐다.
통합당이 국회 복귀를 예고하면서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7월 임시국회는 일단 정상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와 상임위 법안심사 다수결제 등 ‘일하는 국회법’과 송영길 의원이 발의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관련 후속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강화를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과 통일부 장관 및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놓고 여야는 이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 문제가 7월 임시국회의 일차적 뇌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래통합당은 공수처 출범 자체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야당 몫 후보 추천 위원 선정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