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를 사야 할 이유가 생겼다. 특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더욱 그렇다.
스마트워치로 중요한 걸 측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바로 혈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혈압측정을 할 수 있눈 ‘삼성헬스모니터’ 앱을 내놨다. 스마트워치인 갤럭시워치 액티브2(이하 액티브2)와 스마트폰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며칠 동안 액티브2로 매일 혈압을 측정해봤다.
혈압관리 착한 ‘잔소리꾼’
액티브2로 혈압을 측정하려면 우선 커프 혈압계가 있어야 한다. 병원 같은 데서 혈압을 재는 혈압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서 값을 입력하면 이후 스마트워치에서 혈압 측정이 가능한 방식이다.
액티브2는 심박센서를 활용해 혈압을 측정한다.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한 맥박 파형을 기준 혈압과 비교·분석해 혈압과 맥박수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즉, 혈압계로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해야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워치에서 혈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4주에 한 번씩 커프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값을 보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집에 혈압계가 없다. 이참에 혈압계를 하나 살까 했지만 불필요한 지출 같았다. 다행히 방법은 있었다. 근처 약국에 가니 혈압계가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냥 이용하기 미안해 공적마스크를 사고 슬쩍 혈압계 앞에 앉았다. 약국 말고도 주민센터, 도서관 등에도 혈압계가 설치된 곳이 있으니 혈압계가 없다고 포기하진 말자.
스마트폰에 삼성헬스모니터 앱을 설치하고 측정 버튼을 눌렀다. 앱은 커프 혈압계로 총 3차례 혈압을 측정하라고 안내했다. 3번 측정한 값을 앱이 기억해두고 보정하겠다는 것이다. 커프 혈압계에서 측정한 값을 입력하고 나면 이후엔 갤워치 액티브2에서 언제라도 측정할 수 있었다.
액티브2에서 혈압이 실시간 자동으로 측정되지는 않는다. 혈압을 재고 싶을 때 앱을 실행시키고 버튼을 누르면 측정이 된다. 실시간으로 계속 측정하진 않지만, 필요할 때마다 혈압을 확인할 수는 있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기 전에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재봤다. 전날 커프 혈압계로 잰 것보다 수치가 다소 낮게 나왔다. 그날 저녁때 다시 재봤는데 오전보다도 조금 낮았다. 반대로 그다음 날 아침은 조금 올라갔고, 그날 저녁은 오전과 비슷했다.
절대적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워치를 통한 혈압 측정이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혈압 관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어떤 상황에서 혈압이 상승하는지 체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술 마신 다음 날이나 회사 내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 등 특정 조건이 있을 때마다 혈압을 재보면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손쉽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운동을 하겠다, 체중을 줄이겠다 등 건강관리 다짐이 작심삼일에 그치는 이유는 가시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에 따라 혈압이 오르내리는 걸 계속 관찰한다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압 관리에 안 좋다는 음식이나 행동은 아무래도 덜 하게 될 것이다.
스마워치 헬스케어 필수품 될 듯
혈압 말고도 스마트워치가 나에 대해 알려주는 건 제법 많다.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걷는지, 맥박수는 어떠한지, 활동하며 칼로리는 얼마나 소모했는지, 몇 분이나 운동했는지, 자리에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등도 알려준다.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좀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고 진동을 울리며 ‘잔소리’도 한다.
지금까지 스마트워치의 알림은 알면 좋기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혈압 측정은 다르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1000만명 이상,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인구 5명당 1명 꼴이다. 그만큼 혈압 관리가 필요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혈압 측정도 삼성전자가 임의로 하는 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이다. 공신력이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워치는 시장에 나올 때부터 ‘헬스케어’에 특화한 기기로 영역이 확장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원격의료 문제가 걸려 있어서 쓰임새는 제한적이었다. 스마트워치에서 각종 수치를 측정해봐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MFDS의 허가를 받고 혈압측정 앱을 내놨다는 건 눈여겨 볼만하다. 스마트워치를 통한 헬스케어 시장이 본격화하는 출발선에 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로 심전도(ECG)를 측정할 수 있는 앱의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다. 3분기쯤 ECG 측정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심전도 측정 앱은 액티브2의 센서 기술을 활용해 심장의 전기 활동을 분석, 동리듬(Sinus Rhythm)과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을 측정하고 분석해 표시해 준다. 심장의 정상적 리듬이 깨진 ‘부정맥’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부정맥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를 봤다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애플워치도 이미 2년 전부터 해당 기능을 탑재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ECG까지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할 수 있게 되면 스마트워치는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품 대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