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노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같은 날 모두 숨을 거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노부부는 한날한시 세상을 떠났다. 53년을 해로한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손을 맞잡은 채 눈을 감았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커티스 타플리(79)와 베티 타플리(80) 부부는 성인이 되어 연인으로 발전했다. 부부는 두 자녀를 낳아 기르며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부부에게 시련이 닥쳐온 건 지난달 초였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베티가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틀 뒤 커티스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병원에 입원했다.
나이 든 노부부는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했다. 베티는 전화를 받고 달려온 자녀들에게 “나는 이제 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의사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아들 팀 타플리는 다른 병동에 입원해 있던 커티스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아버지에게 정말로 사랑한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커티스의 상태도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의사는 “이제 베티와 커티스에게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을 투여하는 조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노부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낀 간호사 블레이크 스론은 베티의 병상을 끌고 커티스의 병실로 향했다. 부부가 마지막을 함께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힘없이 누워있던 커티스는 “아내가 옆에 있다”는 간호사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을 뜨려 애썼다. 간호사는 베티의 손을 커티스의 손에 포개주었고, 한동안 체온을 나누던 부부는 25분 간격으로 숨을 거뒀다. 베티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커티스가 그 뒤를 따랐다.
팀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혼의 대화를 나누셨다. 말없이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며 “두 분이 한 자리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주신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