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지속적으로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과 ‘팀 닥터’를 가장한 트레이너 등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과거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A씨는 “몇 해 전 경주시청팀과 함께 훈련할 때 경주시청팀 감독과 고참 선수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3일 한겨레에 밝혔다. 그는 “감독이 (폭언·폭행을) 시작하면, 트레이너, 고참 선수 순으로 폭력이 이어졌다. 감독은 고참 선수를 제외한 아랫사람들만 때렸다”며 “이때의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다. 주변 동료 중에도 상습적 폭력에 못 이겨 운동을 그만둔 경우가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최숙현 선수의 모교인 경북체고 후배 B씨도 “경주시청팀 감독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고등학생이던 2018년 경북도민체전에서 경주시청팀 감독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살이 쪘네. 돼지X이 다 됐네. 내 말 듣지 그랬어, 미친X’이라며 욕설을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B씨는 해당 감독이 다른 팀 선수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도 회상했다. 2017년 경북 문경서 열린 팀 간 합동 훈련 때 경주시청 감독이 다른 팀 남자 선수 배를 발로 차 물에 빠뜨렸고 (물 위로) 올라오면 다시 빠뜨리기를 반복한 뒤 뺨까지 때렸다는 것이다.
생전 최숙현 선수는 가해자들이 자신을 “따돌렸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최숙현 선수의 지인은 “감독이 최숙현의 친구 관계를 감시했고, 때에 따라 주변인에게 전화·SNS를 차단하라고 강요했다”며 “최숙현은 결국 (SNS를) 차단하고 연락도 안 하고 지냈다”고 전했다.
앞서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017·2019년 경주시체육회 소속 당시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들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 성희롱까지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를테면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는 ‘식고문’을 당했고,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아 폭행당했으며,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 동안 굶어야 했고,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
최숙현 선수 사망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고인의 가족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진정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 배당해 대구지방검찰청 수사와 별개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