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요 시장 아니기에…기업 “보안법 타격 적다”

입력 2020-07-03 13:37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 시위. 연합뉴스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국내 64개 대기업이 홍콩에 둔 법인이 170곳이고 이중 절반가량은 10대 그룹의 법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부분 법인이 판매나 연락사무소 성격이어서 사업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홍콩이 미·중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홍콩은 주요 생산지나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3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64개를 대상으로 홍콩 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170곳 중 48.8%인 83곳은 10대 그룹의 법인이라고 밝혔다. 64개 대기업 그룹 중 38개 그룹이 홍콩에 법인을 1곳 이상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 소재 법인이 10개 이상인 그룹은 SK(44곳), 롯데(18곳), CJ(17곳), 삼성(13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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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홍콩 법인 7곳, 효성은 6곳, 코오롱·이랜드·셀트리온·장금상선 그룹 등은 4곳으로 파악됐다. 한진·두산·OCI·아모레퍼시픽은 3곳을, LG·한화·금호아시아나·넷마블·다우키움·유진 그룹 등은 2곳을 두고 있다. 국내 그룹이 홍콩에 둔 법인은 일반 제조·판매업 보다는 투자관리, 특수목적법인(SPC), 기타 금융업 등을 목적으로 세운 것이 다수다.

홍콩 법인이 가장 많은 SK그룹의 경우 44곳 중 30곳이 투자관리, SPC, 금융업 등 회사였다. SK 관계자는 “단순 기능을 가진 법인이 대부분으로 현재 홍콩지사는 철수 계획은 없다”고 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일부가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반입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문제가 생기면 중국으로 직수출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법인 18곳 중 절반이 금융·관리업종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판매법인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판매법인은 홍콩보안법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적고 현재로선 변동 계획이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운영하는 미국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즈가 홍콩에 ‘하만 홀딩 리미티드’라는 법인을 뒀다.

CJ의 17개 법인은 중개무역, 물류, 영화관, 연예 기획 및 영화배급업 등이다. CJ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홍콩보안법과 관련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다”며 “홍콩 법인은 사무실 개념 수준이라 본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효성도 비슷했다. 효성 관계자는 “중국향 바이어를 위한 무역사무소를 운영 중이고 현재로선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 법인은 일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이다.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은 홍콩에 법인 4곳을 운영한다. 미래에셋그룹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홍콩에 특수목적법인 ‘미래에셋 글로벌 이티에프스 홀딩스’,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을 두고 있다. 홍콩을 거점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오일선 소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국내 기업이 다른 국가로 법인을 이전할 수 있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