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북 가구 평균 금융자산 1761달러… '돈주' 등 비공식 금융 확산”

입력 2020-07-03 13:22

북한의 가구당 금융자산은 평균 1761달러, 부채는 408달러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이나 상인 등이 서로 돈을 빌려주는 비공식 금융도 더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3일 북한 이탈주민 21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담은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북한 이탈주민은 2012년부터 2018년 북한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이 북한 이탈 전 보유했던 금융자산은 평균 1761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10만원)로 집계됐다. 현금 보유(1310달러)가 가장 많았고, 상거래 신용(389달러)·금전대차(54달러)·계(8달러) 순이었다.

금융부채의 경우 403달러(약 48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상거래 신용(321달러)과 금전대차(79달러), 계(8달러) 등의 형태였다. 한은은 최근 북한에서 자산가로 알려진 ‘돈주’ 등이 개인이나 상인, 기업 등에 자금을 융통해주는 ‘비공식 금융’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의 비공식 금융은 환전에서부터 고리대, 투자, 송금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예대기능을 갖춘 ‘개인 은행’이 등장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거래 신용, 금전대차, 계 등과 같은 비공식 금융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해 봤다”고 응답한 북한 이탈주민 비율은 27.8%로 집계됐다.

북한 주민들의 금전대차는 주로 지인 간에 담보 없이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나 친척을 통해 돈을 차입하는 경우(32.5%)로 가장 많았고 유통상인(31.2%), 대부업자 (10.4%) 등의 순이었다. 돈을 빌리는 용도는 유통업 관련 사업자금(61%), 일반소비자금(14.3%), 식량조달(9.1%), 생산자금(7.8%) 등으로 조사됐다. 평균 금리는 월 1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의 비공식 금융 규모는 아직 매우 작은 수준”이라며 “비공식 금융의 목적은 상거래 활동 지원이 대부분이고, 생산자금 비중은 매우 낮아 생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