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번엔 어디로 갈까” 올여름 휴가 키워드는 ‘제주’

입력 2020-07-03 12:17 수정 2020-07-03 12:29
올여름 휴가지로 제주의 자연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제주관광공사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어디로든 가긴 가야 하는 데 어디가 좋을까.

올여름 많은 이들이 ‘제주’에서 ‘가족 단위의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가득 메운 유명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자연 친화적인 장소를 찾으려는 여행객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휴가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아웃도어 레저와 캠핑 수요가 증가하고,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 단위 여행 움직임이 대폭 포착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맞이하는 첫 휴가 핵심 키워드는 ‘제주’다.

여행 예약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지난 5~6월 검색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여름 제주 지역의 항공권 검색 비중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보면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 5월 가장 많이 검색한 상위 10개 노선 중 5개 노선이 모두 ‘제주’행 항공편이었다. 이 중 1위 서울~제주도 노선 항공편 검색 비중은 전년 대비 33.9%포인트나 급증했다. ‘부산-제주’ ‘청주-제주’ 등 기타 노선 항공편 검색이 최고 6% 늘어난 것에 비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제주가 휴가지로 크게 주목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제주 내 렌터카 검색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포인트(5월 25일~6월 21일)나 동반 상승했다.

제주 여행 수요 증가와 렌터카의 검색량 증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안전한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정물오름. 제주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통신사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국내 관광객의 이동 패턴과 행동 변화를 진단한 결과에서 여행 시 최우선 고려 사항은 ‘안전’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가까운 곳에서 잠시 바람을 쐬는 근거리 관광 수요와 아웃도어 레저·캠핑족이 늘고, 감염차단을 위해 가족 단위의 여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는 국내 여행 재개 시 여행 동반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9.6%가 ‘가족’이라고 답했다. 2018년에는 가족과 여행하겠다는 응답이 49.4%에 그쳤다. 동반객 변화가 도드라짐을 알 수 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청정지역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5~8일 제주관광공사가 향후 1년 내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관광객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물관, 전시관 같은 실내 관광지보다 성산 일출봉, 오름, 한라산, 우도, 해수욕장 등 자연과 가까운 야외 관광지를 방문 예정지로 꼽은 비율이 높았다. 제주 여행에서의 선호활동 역시 산·오름·올레 트레킹(52.6%)이 박물관·테마공원 방문(29.7%)보다 월등히 높았다.

제주를 찾으려는 관광객들은 제주가 ‘(감염병으로부터)안전하다’(65.6%)고 인식하고 있었다. 제주여행을 계획한 이유 역시 ‘해외여행 대체지로 적절해서’(51.9%), ‘청정한 자연환경’(47.1%)을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현상으로 성수기의 변화도 감지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제주여행 시기를 오는 9~11월, 내년 3월 이후로 선택한 비율이 각각 40.5%와 40.2%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여름 최고 성수기인 7~8월에 제주를 찾겠다는 응답은 24.3%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몰리는 기간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여름방학이 기존보다 한 달 이상 늦은 8월 중하순경 시작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주관광공사와 한국관광공사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올여름 꼭 가봐야 할 제주 방문지로 머체왓숲길, 고살리숲길 등 걷기 좋은 곶자왈(나무 덩굴, 돌 등이 뒤엉킨 제주의 숲) 지대와 오름, 자연휴양림 등을 추천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지구 야영장. 올여름 휴가지로 캠핑장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이처럼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올여름 휴가 수요가 제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제주도는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대대적인 민관 합작 홍보전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워진 제주 관광 경기에 맞춰 SNS를 통해 ‘제주형 방역-관광 윈윈’(Win Win)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도는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고 현재까지 지역감염이 없었던 제주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한편 ‘아프면 여행 일정 미루기’ ‘여행 내내 마스크 착용하기’ 등 5대 방역수칙을 널리 홍보하며 공항만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관광협회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제값하는 착한가게’ 공정 관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도관광협회는 온라인 쇼핑몰 ‘탐나오’를 통해 대폭 할인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탐나오, 빅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온라인 여행사인 ‘더세일’은 도내 18개 관광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8월 말까지 23개 관광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싹쓰리’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도 제주 여행 혜택에 특화된 신용카드를 출시해 7월 한 달간 신규 발급 시 연회비를 다시 현금으로 돌려주는 행사를 벌이는 등 올여름 제주로 향하는 눈길이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