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염병 조정관’이 이끄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있던 팬데믹 대응실을 해체했는데,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수세에 몰리자 비슷한 조직을 국무부에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NSC는 전날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어 전염병 조정관이 이끌 국무부 조직 구성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복지부 산하에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뒀다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담당하는 것으로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TF 기자회견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팬데믹 대응팀에서 일했던 관료들은 “원래의 조직을 그대로 뒀더라면 코로나19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팬데믹 전담팀을 NSC가 아닌 국무부에 두려는 것은 단순히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28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3만명 넘게 사망했다. 미국의 일일 확진자는 지난 1일 처음 5만명을 넘은 데 이어 2일엔 5만7236명으로 늘었다. 미국 내 새로운 진앙으로 꼽히는 플로리다주에서만 2일 하루 1만10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새로운 전망치에서 오는 25일까지 미국의 누적 사망자가 14만7865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예측 범위는 13만9000여 명에서 16만1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3주 동안 최대 3만여명이 더 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최소 23개주(州)가 경제 재가동 계획을 보류하거나 후퇴시켰다. 텍사스주는 35일간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또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도시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또는 얼굴가리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AP통신은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려는 공화당 주지사의 극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는 앞으로 2주간 추가 재개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펜실베니아주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15개주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14일간 격리시키기로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