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행과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에 대한 국민청원이 재조명되고 있다. 청원에 담긴 가혹 행위에 공분한 네티즌들은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폭압에 죽어간 고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엔 경주시청 소속 고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성희롱 등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인의 지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지난 2월 최 선수의 심적, 육체적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폭력에 시달리는 그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지인들의 권유로 법적 절차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법적 절차 개시 후 고 최숙현 선수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고 한 청원자는 “공공기관과 책임 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했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고 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최 선수는 ‘힘 있는 분들과 국가조차 나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극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로 절망 가운데 생을 마감해야 했다”며 “고소를 당한 측에선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소속 선수들에게 전화를 돌려 ‘내가 때린 것 본 적 있냐’는 말을 쏟아내며 유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은 최 선수가 정신병이 있었고 자기 컨트롤이 안 돼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탄원서 작성까지 강요했다고 한 청원인은 이런 가혹 행위는 최 선수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최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수들에게 당했던 가혹 행위를 대략 나열했다. 이들은 최 선수가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최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다 먹을 때까지 잠 못 잔다’며 협박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최 선수는 새벽까지 먹고 토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아침에 복숭아 1개 먹은 것을 감독에게 말하지 않고 체중이 줄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따귀를 20대나 때렸으며 가슴과 배를 가격한 것은 물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하는 등의 폭행을 20분 넘게 지속했다. 감독은 이런 상황을 방관했으며 ‘내가 너네 때렸으면 너희는 진짜 죽었을 것’이라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감독은 또 ‘팀닥터 선생님이 알아서 때리는데 아프냐? 죽을래?’라는 질문을 연발했고 최 선수는 ‘아니다’를 반복해야 했다. 최 선수는 체중감량을 하지 못하면 3일씩 굶어야 했으며 슬리퍼로 뺨을 때리며 ‘내 손으로 때린 게 아니니 때린 게 아니다’라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고 한다.
이런 가혹 행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폭행과 욕설은 일상이었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청원인은 말미에 “최 선수가 비록 살아있을 때 누리지 못했던 평안을 죽어서만큼은 편히 누릴 수 있도록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얻었다. 많은 네티즌은 공분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트라이애슬론 여자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1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최 선수는 지난 4월 8일 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 신고를 했고,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 경주경찰서 조사가 마무리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송치됐고, 현재 대구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