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고사 1교시: 봉인 풀린 주문서

입력 2020-07-03 00:00 수정 2020-07-03 00:0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데뷔하는 탑라이너라면 누구나 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김기인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김기인 상대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신인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올해 스프링 시즌에 생겨난 신조어 ‘기인고사’의 뜻이다.

한화생명e스포츠 ‘두두’ 이동주는 2일 ‘불수능’ 난이도의 기인고사를 치렀다. 한화생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아프리카에 0대 2로 완패했다. 이들은 2세트에서 김기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으나 ‘봉인 풀린 주문서’ 케넨을 플레이한 그를 뚫어내지 못했다.

이날 김기인의 봉인 풀린 주문서 룬 사용은 완벽에 가까웠다. 적재적소에서 바꾼 소환사 주문을 활용해 상대 갱킹을 수차례 막아냈다. 국민일보가 경기 후 김기인을 만나 해당 게임을 함께 복기하고, 특정 주문을 선택한 이유를 질문했다.

봉인 풀린 주문서의 첫 번째 주문 교환은 경기 시작 6분 후부터, 비전투 중일 때만 가능하다. 김기인은 6분27초경 탑라인으로 복귀하면서 ‘순간이동’을 ‘점화’로 바꿨다. 점화는 6레벨 궁극기 습득 후 깜짝 킬각을 만들기 좋은 소환사 주문으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첫 번째 주문 교환 때 쓴다.

김기인은 8분20초경 상대의 3인 다이브를 눈치채고 먼저 이동주(제이스)에게 달려들어 점화를 썼다. 그러나 이동주를 잡지 못하고 전사했다. 그는 “제가 먼저 킬각을 보고 상대가 다이브하기 전에 이동주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그림대로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첫 주문 교환 대기 시간은 4분이다. 이후 새로운 주문으로 바꿀 때마다 영구적으로 20초씩 줄어든다. 김기인은 10분20초경 순간이동을 ‘방어막’으로 바꿨다. ‘캐드’ 조성용(리 신)이 그의 시야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갱킹을 직감해 선택한 주문이었다. 그는 “상대가 탑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여 정글러를 의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어막을 쓰지 않고서 조성용의 갱킹을 회피했다. 그리고 26초 뒤 ‘스피릿’ 이다윤(트런들)의 도움을 받아 역으로 조성용을 잡았다.

김기인은 11분32초경 탑라인으로 복귀하며 과감하게 방어막을 소모했다. 곧 펼쳐질 바다 드래곤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순간이동을 쓸 수 있게 되자 곧 ‘뒷텔각’을 보지 않고 팀에 합류했다. 아프리카는 이 전투에서 3대 1 킬 교환에 성공했다.

14분경에는 순간이동을 ‘탈진’으로 바꿨다. 탈진 때문에 14분57초경 조성용의 집요한 갱킹이 두 번째 갱승(갱킹을 시도한 쪽에서 데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기인은 상대방이 포탑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침착하게 탈진을 썼다. 그는 “원래 제가 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가 빨려 들어오기에 탈진을 늦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기인은 16분49초경 점멸을 ‘회복’으로 바꿨다. 회복의 힘으로 18분28초경 ‘라바’ 김태훈(트위스티드 페이트)과 조성용이 가세한 3인 다이브를 막았다. 세 번째 갱승을 만들었다. 회복은 곧 사용 가능한 점멸로 다시 바뀌었다. 조성용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던 김기인은 점멸을 써 ‘음파(Q)’를 피했다.

김기인은 20분경 점멸을 ‘유체화’로 바꿨다. 21분11초경 김태훈과 조성용이 바텀에서 잘라먹기를 시도했다. 김기인은 유체화를 써 도주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김태훈이 점멸로 맞대응해 ‘빛의 망토’ 효과를 발동시켰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김기인은 22분경 점멸을 ‘총명’으로 바꿨다. 총명에는 챔피언의 마나를 채워주는 효과가 있다. 다른 주문보다 성능이 떨어져 칼바람 나락과 밴픽창의 누누에게서만 볼 수 있는 주문이다. 김기인은 총명을 바로 사용했다. 그는 “봉인 풀린 주문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총명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한동안 순간이동과 점멸을 그대로 뒀다. 김기인은 “상황에 알맞은 주문으로 바꾸기 위해 주문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30분경 미드에 순간이동해 대규모 교전을 전개했고, 점멸을 써 ‘바이퍼’ 박도현(이즈리얼)을 잡는 데 힘을 보탰다.

31분경 순간이동을 ‘강타’로 바꿨다. 영혼을 주는 대지 드래곤을 잡는 데 사용했다.

김기인과 복귀 텔

김기인은 라인으로 복귀하는 순간이동(복귀 텔)을 잘 타지 않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기인은 “딱히 어떤 플레이를 의식하고 순간이동을 아끼는 건 아니”라면서도 “아낄 수 있는 상황이 나오면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순간이동을 아낄 수 있는 상황이란 “사용하지 않아도 라인 손해가 없을 때”라고 한다. 김기인은 “저는 이런 플레이를 통해 아래 라인에 압박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한편 그는 이날 데뷔 3주년을 맞았다. 김기인은 “데뷔 3주년이란 특별한 날에 깔끔한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