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한 달 내에 1채만 남기고 처분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르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김 장관으로부터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한 심층적인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이날 보고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청와대가 그만큼 부동산 민심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기 전 종부세법 개정 추진을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강화된 종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불발됐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종부세 강화 법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해 오는 9월 초 정부입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 실장은 이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법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이달 중으로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청와대 참모 중 다주택 보유자는 총 12명인데, 노 실장은 전원을 면담하며 매각을 권고했다.
노 실장 본인도 보유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충북 청주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그는 “청와대 내 다주택 보유자는 대부분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2번째 대책이었지만 이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대책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만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수도권 다주택 참모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매각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대다수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여론 악화는 대통령 지지율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15주 만에 50%대 아래로 떨어졌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발표됐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9% 포인트 내린 49.4%로 집계됐다. 30대에서 7.4% 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는데, 부동산 실수요자가 많은 연령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