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손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후유증이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87명의 폐, 38명의 뇌, 41명의 심장을 부검한 결과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부검에 참여한 의료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염증이 생기고 이 때문에 미각·후각 마비, 우울증, 경련, 정신착란 등의 신경의학적 증세가 나타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는 달랐다. 미국 보스턴 여성병원의 신경의학자인 아이적 솔로몬이 사망자 18명을 대상으로 뇌의 각 부분을 검사한 결과 뇌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염증은 거의 없었다. 대신 산소공급 부족으로 손상된 부위가 넓게 나타났다. 뇌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광범위하게 손상되면서 신체 여러 기능이 퇴행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뇌 손상은 장기간 입원했던 중증 환자나 급사한 환자에게서 똑같이 발견됐다.
솔로몬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뇌 손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남아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검을 지휘한 뉴욕대 의대의 에이미 라피키에비치 교수는 사망자들에게서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했다. 혈소판을 만드는 ‘거핵 세포’가 골수나 폐가 아닌 다른 장기들에서 지나치게 많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혈소판은 혈액을 굳게 해 출혈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진은 코로나19가 혈소판의 작용을 증폭시켜 핏덩어리(혈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했
다. 이는 1960년대 학계에 보고된 뎅기열과 관련 세포가 유사하다. 라피키에비치 교수는 “뎅기열은 혈소판을 생성하는 세포들을 파괴했고 통제되지 않은 출혈로 이어졌다”며 “코로나19는 그 효과를 증폭시켜 위험한 응고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핵세포는 심장에서도 대량 발견됐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초기 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며 급사한 사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 코로나19 사망자 심장에선 일반적인 심근염과 달리 염증이 거의 없었다. 심장마비로 숨진 코로나19 환자를 부검한 결과 주된 손상 부위는 폐였고, 심장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