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장관 지휘권 발동, 검찰 독립성 해칠 수도”

입력 2020-07-02 17:42 수정 2020-07-02 20:0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하자 법조계에선 ‘총장 패싱’ ‘검찰 독립성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법조계 인사는 2일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며 “독일, 일본에서도 법 조문에 있는 수사지휘권을 실제 발동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권의 독립’은 법무부가 강조하는 ‘사법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만큼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법무부가 일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지휘권 발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수사에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지시가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청법 8조는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 지휘를 총장을 통해서만 하라는 취지”라며 “총장을 사건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지시는 규정하고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까지 장관이 지휘·감독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과잉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총장에 대한 사실상 사퇴 압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2005년 당시 김종빈 총장은 “지휘가 내려와도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는 없다”며 지휘권 발동 이틀 만에 사퇴했다. 김 전 회장은 “윤 총장이 수용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할 텐데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동훈 검사장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사인”이라며 “과거 지휘권은 나름 국가적인 사건에서 발동됐는데 이번 검·언 유착 의혹은 공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 사건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강행해 사태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측근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문단 소집을 해야 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