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거부하면 법 위반 논란 불가피… ‘진퇴양난’ 윤석열

입력 2020-07-02 17:33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충돌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장관의 공식 지휘권 행사는 전례가 한 번 뿐이다. 윤 총장이 거부하면 사상 초유의 일이 되며, 검찰 수장이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진다.

2일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은 추 장관의 지휘권 수용 여부를 놓고 회의를 거듭했다. 대검에서는 검찰총장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수사팀이 맡으라는 장관의 지휘권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 장관의 지시는 그간 대검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대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했고 수사팀이 상급기관 지휘를 받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했었다.

윤 총장이 지시를 따르면 향후 검·언 유착 수사에 개입할 여지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진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대검에 건의했다. 수사팀이 기소 여부 등 사건의 최종 처분까지 내린 후 윤 총장에게 결과만 보고하라는 게 추 장관 지시다. 추 장관이 명시적으로 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휘한 만큼 3일 예정돼 있었던 자문단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일련의 사퇴 압박이 이번 지휘권 발동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수사지휘 공문의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에서는 사실상의 ‘망신 주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윤 총장이 이번 지휘권 발동으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에 의한 것이라 지휘권은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총장은 아무리 정권이 흔들더라도 외압에 초연해야 한다. 총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검찰 독립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자문단이 열리지 않게 되면 수사 마무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검에 보고했던대로 채널A 이모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변수는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다. 수사심의위는 대검 예규에 따라 열리는 것이고 검찰 개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만약 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수사팀이 사건을 기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팀은 자문단과 심의위 모두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다음에 열리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심의위가 열리면 이 전 기자 측은 피해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이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점 등을 부각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다시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고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한 검사장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 측은 추 장관이 형사사건과 관련한 공보준칙을 어겼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