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 입원 중이던 30대 여성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19일과 26일, 30일 3차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3번째 양성 판정을 받은 30일에 당일 퇴원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2일 “감염 후 무증상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격리해제가 가능하다는 지침은 알고 있다”면서도 “불과 5일 전인 27일에도 열이 났고, 30일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그날 정상체온이라며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의 2차 감염이 두렵다. 가족 중엔 요양병원 물리치료사도 있어 고위험 집단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우려도 있다. 직장에선 음성 판정이 나오기 전까진 출근금지를 통보했지만 병원은 “추가 검사는 필요 없다” “거리두기 잘 하라”는 얘기만 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방역 당국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한 ‘확진자 격리해제 지침’에 따라 퇴원한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무증상자의 경우 확진 후 10일이 지나고 이 기간 동안 발열 등 임상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퇴원이 가능하다. 유증상자는 발병 10일 후 72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 없이 발열이 없고 임상 증상이 나아지는 추세라면 격리 해제할 수 있다. 양성이 나오더라도 격리해제가 가능한데 의사 개인 재량에 따라 해제 여부가 이뤄지다보니 기준 자체가 너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50대 여성 B씨도 진단검사 결과 지난 1일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퇴원 조치됐다. B씨는 폐렴증세가 심해서 지난달 25일에는 증세가 완화되더라도 당분간은 절대 퇴원이 안된다는 주치의의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주치의가 바뀐 후 병원은 B씨의 퇴원을 결정했다. B씨는 열이 나진 않지만 여전히 인후통과 가래로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자비로 숙소를 구해 생활하고 있다. 집에는 오는 5일까지 자가격리 판정을 받은 자녀 2명과 고위험군인 80대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서 퇴원할 때 지금 상태면 일상 생활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 감염이 두려워서 차마 집에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보건소에 연락해 아직 양성인데 숙소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러자 보건소에선 “예약할 때 확진자라는 걸 밝히지 않으면 가족들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숙소에 머무를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B씨는 “하루 차이로 확진판정을 받은 남편은 다른 병원에서 퇴원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상반될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라매병원 측은 이에 대해 “개정된 지침 하에서 퇴원자들이 많아지면서 발생한 일인 것 같다”며 “의료진의 판단으로 퇴원이 이뤄졌지만 일부 환자들은 불안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퇴원을 결정할 때 의료진의 종합적인 위험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계적으로 지침을 따를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 중에 고위험군은 없는지, 밀집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