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최종범(29)씨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유족은 억울함이 조금은 해소됐다면서도 여전히 무죄로 판단 된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원통함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 송혜영 조중래)는 2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상해,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최씨에게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구속했다. 다만 최씨가 동의 없이 구하라씨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이날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항소심 실형 선고를 통해 우리 가족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삼는다”며 “동생이 (살아있을 당시) 집행유예 판결을 봤는데, 오늘 실형이라도 나와 그나마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동생이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어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점, 실형 1년만 선고된 점은 가족들로서는 참으로 원통하고 억울한 부분”이라며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피해자는 보복 등 추가 피해에 놓일 수 있지만 법은 피의자에게 관대하다”고 호소했다.
또 구씨의 변호인은 “(대법원) 상고 권한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검찰 측에 상고를 촉구할 계획”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와 양형 등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으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 때 예상되는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것임을 인식하고 오히려 그 점을 악용한 것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씨는 2018년 9월 구하라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8월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와 ‘소속사 대표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구씨에게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공소사실 중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 등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구씨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는 무죄로 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동의를 얻어 촬영한 것이라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항소심 쟁점 역시 불법 촬영 여부였으나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법원은 1심을 유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