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향한 만행 “선배는 때리고 팀닥터는 돈 뜯어가고”

입력 2020-07-02 14:47 수정 2020-07-02 15:14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왼쪽 사진)과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남긴 모바일 메시지. 연합뉴스, 이용 국회의원 제공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감독은 물론 팀닥터와 선배들에게까지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숙현 선수가 남긴 녹취록과 징계신청서, 변호인 의견서를 종합하면 최숙현 선수는 생전 “감독, 팀닥터, 선배 2명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주시청에 공식적으로 입단하지도 않았던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부터 폭행과 폭언이 시작됐다.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어치의 빵을 먹게 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하고, 슬리퍼로 뺨을 때리는 식이었다.

감독과 팀닥터가 고인을 폭행하며 술을 마시던 상황도 녹취록에 담겼다. 당초 ‘팀닥터’의 존재에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해당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그는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 팀에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알려졌다.

최숙현 선수는 팀닥터를 향해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고인은 생전에 “팀닥터는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며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130만원을 요구해 받아 간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며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고인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총액은 1500여만원이다.

선배들의 폭력도 심각했다. 특히 팀의 주축이었던 한국 트라이애슬론 간판급 선수의 괴롭힘을 견디기 어려웠다.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고소장과 대한체육회 징계신청서에 작성한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감독이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살기 위해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전했다.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그는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휴대폰 메시지를 남겼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