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강철비’에서 정우성과 곽도원이 맡았던 역할은 각각 북한 최정예요원과 한국의 외교안보수석이었다. 그런데 오는 29일 개봉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진영이 뒤집혔다. 정우성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고뇌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곽도원은 평화협정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한 강경파 호위총국장을 연기한다. 속편인 듯, 속편 같지 않은 ‘역할 바꾸기’가 이뤄진 이유는 무엇일까.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양우석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냉전 분위기 속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분단이 됐습니다. 우리가 분단을 원한 것이 아니었으니 우리 힘만으로는 평화체제 구축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전편의 배우들이 남북 진영을 바꾼 건 남북 입장이 바뀐다 한들 대외적 요소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어요. 전편의 미국·중국·일본 배우분들은 그대로 나오니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강철비1’은 북한이 미국에 선전포고하면서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상황에 주변 강대국들 이해관계를 덧붙여 풀어내며 440만여명을 동원했다. 이번 ‘강철비2’ 역시 한반도의 아픔과 역사에 대한 고민을 도발적인 설정으로 풀어낸다. 평화협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중 북한 쿠데타로 세 정상이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평화협정에 참여한 북한의 젊은 최고 지도자 역에 유연석이 새롭게 합류했다.
블록버스터 영화이지만 작품 안에 녹아 있는 메시지 또한 묵직하다. 정우성은 “이 작품은 우리 사는 한반도가 주인공이다. 한반도의 의미를 우리가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녹아있다”며 “전편에도 주인공들이 한반도의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판타지적이었다면 ‘강철비2’는 국제정세 속에 한반도를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좀 더 차가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철비’ 시리즈는 웹툰과 영화의 협업을 시도해 온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화한 시즌1에 이어 이번 속편도 다음웹툰에서 동명의 제목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 영화 ‘승리호’의 전사 격 웹툰이 연재되고 있듯이 이 같은 IP협업은 계속 활기를 띠어가는 추세다.
극을 튼튼히 떠받치는 건 배우들이다. 정세와 관련한 상당한 무게감에 배우들은 출연에 고심을 거듭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직전에 촬영했다는 유연석은 “전편을 워낙 재밌게 봤다. 처음엔 지도자 역할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돼 망설였다”면서 “한반도 정세를 실감 나게 얘기하지만, 영화라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에서 얘기를 펼친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참고할 모델도 마땅치 않은 탓에 상상력을 덧대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곽도원은 “악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세계를 향한 북한의 두 가지 생각 중 한쪽을 대변하는 거로 생각했다”며 “사투리가 너무 낯설고 접한 적 없어 어려웠다.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정우성 역시 “대통령을 하라니 감독님이 내게 왜 자꾸 숙제를 던져주시나 싶었다. 같이 하기까진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철비2’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함께 올여름 침체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로도 꼽힌다. 양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분단 문제와 평화의 문제, 전쟁 문제를 조금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