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2018년 심야회동처럼 만나야” 깜짝 남북 정상회담 제안

입력 2020-07-02 11:3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고조된 긴장을 해소하려면 남북이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식과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예식을 갖춘 정상회담보다 2018년 심야회동처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특보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남북 대화만이) 2년이 채 안 남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대남관계가 대적관계로 변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북한이 남한 사람을 만나나”고 했다.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진 ‘특사 파견-일정 조율-정상회담’ 절차를 밟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예식을 갖춘 정상회담보다 2018년 5월26일 (판문점에서 깜짝 성사된) 심야 회동처럼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럼에 동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남북정상회담 속도론에 힘을 보탰다.

이 전 장관은 “판문점에 비말 차단용 유리를 끼우고라도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된다고 본다”면서 “다만 합의 내용을 대통령이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정상회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8월 예상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둘의 의견은 엇갈렸다.

문 특보는 한미연합훈련에 앞서 북한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은 대북 견제수단이 아닌 전시작전권 환수 과정의 일부이며 이 점에 대해 “남북 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성격에 상관없이 북한은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체제 위협수단으로 여겨 극도로 경계한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8월 연합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중간 절차이므로 “북한도 중장기적으로는 평화를 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남북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하려는 계획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전작권을 넘겨받는 상황을 지렛대 삼아 연합훈련의 필요성을 북한에 제시한다는 계산이다.

반면 이 전 장관은 8월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전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훈련이 전작권 전환의 수단이라는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군이) 단독 지휘 훈련을 갖는 등의 문제는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북핵 포기가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한다면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면서 연합훈련 중단을 재차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