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QR코드 의무화 첫날… 단체손님 대표 1명만, 없으면 명부만

입력 2020-07-02 11: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안내판이 서울 마포구 노래방 입구 앞에 세워져있는 모습. 강보현 기자

한달 간의 계도기간을 끝내고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의무화가 1일부터 시행됐으나 여전히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QR코드 안내 표시를 공지했음에도 관리가 소홀한 곳은 적지 않았다. 1일 오후 11시를 전후해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노래방 등 5곳을 찾아가 QR코드가 없다고 하자 업주는 특별한 제지나 설명도 없이 “그냥 이것만 작성하라”고 명부를 내밀었다. 명부를 제대로 적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업주들은 모든 사람에게 QR코드 인증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단란주점 업주 A씨는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단체로 오면 그냥 한 사람만 찍게 하는 식으로 융통성 발휘해서 넘긴다”고 말했다. 다른 단란주점 업주 B씨는 “신원 노출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누가 찍으려고 하겠나”라며 “술 취해 오신 분들 중에는 왜 귀찮게 하냐고 화내는 사람도 엄청 많고, 손님도 없는 이 시국에 업주들만 죽어나가는 것”이라 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업소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의무화 첫날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 손님을 받은 업주는 진땀을 뺐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50·여)씨가 ‘QR코드’라고 글씨를 써 보여줬으나 20대 남성 외국인 두 명은 계속 갸우뚱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신규 발급에도 실패했다. 수기로 명부를 작성했지만 사실 확인도 어려워 휴대전화를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외국인들에게 학교를 물었는데 ‘이화여대’라고 답하자 “남자가 무슨 이화여대냐”고 실랑이를 벌였다. 외국인들은 “어학당”이라며 어이없어하고 확인을 받은 뒤에야 입장했다. 김씨는 “어제 막 들여왔는데 너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고위험시설에 같이 포함된 실내집단운동시설은 이미 등록을 한 회원들을 상대로 하고 있어 QR코드 확인이 쉽지 않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강모(27·여)씨는 “이걸 현장에서 다 지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댄스 운동을 다니는데 귀찮아서 다들 안 찍으려고 하니까 선생님이 최초로 한 번만 찍으면 기프티콘 준다고 하고, 하도 안 찍으니까 이제는 나갈 때 몇 명만 찍어달라고 하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20대 남성 두명이 서울 마포구 한 술집에서 1일 QR코드를 찍는 모습. 강보현 기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의 업소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한 헌팅포차에서는 오후 10시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체온을 재고 직원이 QR코드를 안내했다. 모두 QR코드를 찍은 뒤에야 입장했다. 한 20대 남학생이 “네이버 아이디가 없는데 누나 아이디로 하면 안되냐, 너무 불편하다”며 불평을 하는 일도 있었지만 큰 혼선은 없었다.

이날 술집에 방문한 임모(24)씨는 “이런 곳에 20대가 많이 오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 확산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예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득신고를 숨기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QR코드를 꺼려할 것이란 문제도 제기한다. 서울 마포구 노래방 운영 점주 김씨는 “손님들 명단을 다 받으면 대충 매출기록이 나오는데, 현금장사로 소득신고를 적게 했던 사람들은 싫어할 것”이라며 “분명히 암암리에 안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 업소를 다 관리 감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자출입명부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고위험시설은 헌팅포차·감성주점·유흥주점·단란주점·콜라텍·노래연습장·실내 집단운동 시설·실내 스탠딩 공연장·방문판매업체·물류센터·대형학원·뷔페식당까지 12곳이다. 이 시설 중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지 않거나 출입자 명단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사업장은 최고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집합금지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