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잇따른 미성년 대상 성범죄에 들끓는 콜롬비아

입력 2020-07-02 10:57
2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지역에서 마스크를 쓴 원주민들이 군인의 집단 성범죄에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콜롬비아 군인들이 잇따라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군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2016년 이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군인이 11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에두아르도 사파테이로 사령관은 “이들 중 45명이 퇴출당했고 나머지 73명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군은 이 같은 범죄에 무관용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콜롬비아 북부에서 군인 7명이 엠베라 차미족 원주민인 12살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와 관련해 콜롬비아에서는 ‘원주민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군의 미성년자 성범죄에 항의하는 시위대.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 올라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콜롬비아 평화와화해재단은 “지난해 9월 남부 과비아레주에서 군인 여러 명이 누카크 마쿠족 15세 소녀를 납치하고 집단 성폭행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군인들은 소녀를 5일간 부대 내에 가둔 채 음식과 물도 주지 않으며 반복해 성폭행했다.

이날 콜롬비아군은 병사 6명과 장교 2명이 당시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지역에서 횟불을 든 시민들이 군인의 집단 성범죄에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시민단체 등은 “2018년에도 과비아레주에서 군인 2명이 학교에서 원주민 소녀들을 성폭행했으며, 지난해 한 군인이 13살 소녀를 성매매해 적발됐다”면서도 “두 사건에 연루된 군인들 모두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다른 곳으로 전출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앞서 엠베라 차미족 소녀 사건이 발생한 후 “썩은 사과 몇 개가 우리 군의 명성을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가해 군인들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 책임자 호세 미겔 비방코는 “콜롬비아 내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이 군인이 이 점을 이용해 가장 약한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