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는 가족들만 출자한 ‘가족펀드’라는 검찰 공소사실의 대전제를 부정했다. 조 전 장관 일가만 자금을 출자한 것은 맞지만 이론적으로 따져봤을 때 제3자의 투자가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통해 조 전 장관 일가가 사모펀드에 실제 출자한 것보다 크게 부풀린 액수를 금융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거짓 변경보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판결문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출자하기로 ‘약정’한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출자한 상태로 운영하다가 청산되는 경우가 이례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직전인 지난해 9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가족펀드 의혹에 대해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카드 한도액을 다 쓰느냐. 그렇지 않다”고 해명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 전 장관의 해명에 비춰보면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카드의 한도는 사모펀드의 출자약정액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출자약정액보다 적은 액수를 출자한 것 만으로 곧바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의 ‘마이너스 통장’ 논리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용한 블루코어밸류업(블루)펀드에 실제로는 14억원을 납입해놓고 출자약정액을 99억4000만원으로 신고한 것은 사모펀드 출자 사항을 거짓으로 부풀려 보고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는 조씨의 재판뿐만 아니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국 가족펀드’로 불린 블루펀드는 14억원으로 출자가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었다며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실제 출자액이 출자약정액에 못 미쳤지만 향후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므로 허위 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블루펀드가 정 교수 등 기존 출자자 외 다른 제3자의 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펀드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검찰은 “블루펀드는 가족펀드라서 제3자에 의한 추가출자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에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돈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거나 정 교수가 2017년 7월 블루펀드에 투자한 이후 추가 투자자가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판단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정 교수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14억원을 넘어 출자하지 않을 의사를 갖고 있었고, 조씨에게 이를 고지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 전 장관 일가만 블루펀드에 투자한 상태에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것이므로 “가족펀드가 맞는다”는 검찰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교수가 당초 7억원만 투자한다고 했다가 조씨 권유로 투자금을 늘렸고, 실제로 조씨가 정 교수 측에 추가 투자를 권유했던 사실 등을 근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출자약정액이 당초 납입된 14억원으로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씨의 1심 판결문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가족펀드’ 의혹을 제기한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변호인단으로서는 효과적인 방어 논리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