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트럼프, ‘실패 위험’ 북미정상회담보다 현상유지 가능성”

입력 2020-07-02 07:07 수정 2020-07-02 07:51
문재인 대통령,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사
국민일보, 미국 한반도 전문가 4명 긴급 인터뷰

“트럼프, 코로나·인종 문제 등 미국내 이슈에 매몰”
“미국 대선까지 4개월 남아…포괄적 합의 시간 부족”
“북·미 합의, 미국이 중국 집중하는데 도움” 분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이었던 2019년 2월 27일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9일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아마도 열릴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스타일을 감안할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막바지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대처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로 촉발된 인종 문제 등 국내 이슈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 위험이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보다는 현상 유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괄적이고 치밀하게 정리된 북·미 비핵화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지금부터 미국 대선까지 남은 기간인 4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은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모든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합의를 맺을 경우 중국 문제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일 “카지아니스 국장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데,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 아이디어(3차 북·미 정상회담)가 백악관과 공화당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 4명과 긴급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부분적으로 동결하면서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도발적인 대남 성명을 떠맡으면서 ‘배드 캅(나쁜 경찰·bad cop)’ 역할을 하고,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를 지시하며 ‘굿 캅(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맡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막바지 국면에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재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19 대처, 흑인 사망 항의 시위로 촉발된 인종 문제 등 국내 이슈에 매몰돼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과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미국 대선에 미치는 긍정적 여파는 크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지금이 벌써 7월이라 시간이 촉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크게 완화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면 북한도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나는 오히려 김정은 남매 중 한 사람이 그 가족의 전통에 따라 향후 열릴 수 있는 북·미 대화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올해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내년 이후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올해 대선 승자와 북·미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의 3차 북·미 정상회담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희망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반복해서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미 실무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지금 북한과 미국 모두에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열정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할 위험이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보다는 현상 유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불가능한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깜짝 놀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합의를 서두를 경우 나쁜 합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를 따르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라는 유엔의 요구를 준수하는, 보다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북·미가 서둘러 위험한 합의에 사인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언급 없이 북·미 사이에 평화조약이 체결될 경우 한·미 동맹의 방위력과 억제력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포괄적이고 치밀하게 정리된 비핵화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지금부터 미국 대선까지 남은 기간인 4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 연합뉴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

“나는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모든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

사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보고서들에 근거해 나는 북·미 양측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고 생각한다.

만약 북·미 양측이 한국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그리고 일부 작은 규모의 대북 제재 완화에 합의할 수 있다면 역사적인 비핵화를 위한 굳은 출발이 될 수 있다.

물론, 북·미 모두 이런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 굳건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합의를 이뤄냈다고 가정할 경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패한다면 미국이 그 북·미 합의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북·미 간에 신뢰가 구축된다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맺었던 북·미 합의를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중국이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이슈가 된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떤 기존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과 맺은 기존 합의가 미국이 계속 중국 문제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북·미 모두 여기까지 왔는데, 북·미 비핵화 합의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시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만약 북한은 좋은 의도를 갖고 북·미 협상 테이블에 자신들이 제안할 것을 내놓고, 또 어떤 것들을 그 대가로 가져가겠다는 의향이 있을 때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다르다. 미국은 거의 1년 가까이 북한에 북·미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0일에도 북한을 향해 “대화와 진전의 문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이 대화 제안을 더 해야 북한이 응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성과가 없는 ‘TV 리얼리티쇼’ 같은 회담은 2차례로 충분하다.

북한도 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에도 핵무기 성능 개선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묘사했지만 어떠한 진전도 얻어내지 못하고 극적으로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까지 북한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