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라는 내가 제일 잘한다”

입력 2020-07-01 20:54

“아, 정말 힘들게 이겼어요. 질 경기를 운이 좋아 역전했다고 생각해요.”

담원 게이밍 ‘쇼메이커’ 허수가 T1을 제물 삼아 시즌 4승째를 수확한 소감을 밝혔다.

담원은 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T1을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제압했다. 4승1패(세트득실 +7)를 누적한 담원은 단독 2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허수는 1세트 사일러스, 2세트 신드라를 골라 팀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 2세트에는 상대가 사냥하던 내셔 남작의 버프를 스틸해 게임 역전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그는 해당 세트 POG를 받았다. 국민일보가 경기 직후 허수를 만나 이날 챔피언, 룬 등의 선택 이유를 질문했다.

-1세트 마지막 픽, 코르키에서 사일러스로 급선회했다.
“팀의 마지막 픽차례에선 캐리력이 있거나, 상대 라이너보다 상성에서 앞서는 챔피언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일러스는 캐리력이 높은 편에 속하고, 챔피언 숙련도에 자신도 있어 내가 하겠다고 했다. 코르키는 니코를 상대하기가 힘들다. 또 상대 조합을 보니 ‘강탈’로 뺏어올 궁극기도 많아 사일러스가 나아 보였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R 담원 대 T1전 중계 화면

한타마다 ‘칸나’ 김창동(모데카이저)에게 모데카이저 궁극기인 ‘죽음의 세계’를 썼다. 죽음의 세계에는 상대 챔피언의 능력치를 훔쳐오는 효과가 있지 않나. 쌍방으로 궁극기를 사용하면 늦게 쓰는 쪽이 더 많은 능력치를 훔친다. 그래도 웬만하면 사일러스가 이긴다. 한타 때마다 모데카이저를 데려가 밖의 상황을 잘 몰랐다. 팀원을 믿고 모데카이저와 1대1을 계속했다.”

-12분경 노틸러스의 궁극기 ‘폭뢰’를 훔쳐 썼는데 발동이 안 됐다. 스킬 쿨타임은 돌았다.
“훔친 폭뢰가 터지지 않아도 쿨 타임이 도는 건 변경 패치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사일러스는 다른 버그도 있다. 파이크의 궁극기 ‘깊은 바다의 처형’을 사용하다 사망 시 부활 이후에도 계속 쓸 수 있다. 오늘은 바드의 ‘신비한 차원문(E)’을 타고 가다가 스킬에 피격돼 공중에 몇 초간 뜨기도 했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R 담원 대 T1전 중계 화면

-정석처럼 여겨지는 ‘정복자’ 룬이 아니라 ‘기민한 발놀림’ 룬을 들었다.
“사일러스는 초반 라인전이 약한 편에 속한다. 이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고민했다. 기민한 발놀림과 부특성으로 ‘결의’를 고른 뒤 ‘사슬 후려치기(Q)’를 선 마스터하니 라인전이 할 만하더라. ‘국왕시해자(W)’를 선 마스터하면 리스크가 크다. 내가 먼저 상대를 들이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크림에서 기민한 발놀림과 사슬 후려치기 선 마스터 빌드를 실험해봤더니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니코라든지, 아지르 같이 견제가 좋은 챔피언 상대로 괜찮은 빌드인 같다. ‘기발 카사딘’과 비슷한 느낌이다. 부특성으로 ‘영감’을 고를 때도 있지만 결의에 있는 ‘소생’을 선택해야 라인전이 더 편하다.”

-신드라가 LCK에서 1티어 챔피언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팀마다 챔피언 티어를 다르게 분류하고 있을 것이다. 각 팀 선수들의 챔피언 숙련도도 고려해야 한다. 신드라는 선수가 정말 잘해야 쓸 수 있는 챔피언이다. 난이도가 어렵고 도주기도 없어 리턴만큼이나 리스크가 크다. 선호하는 선수만 쓰는 픽이다. 저는 제가 신드라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잡기술’도 많이 안다.”

-신드라도 잡기술이 있나.
“대표적인 게 요즘 많이 퍼진 ‘적군와해(E)’ 후 ‘어둠구체(Q)’를 쓰는 ‘EQ 콤보’다. 스킬 사용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 어려운 콤보지만, 요즘 신드라 좀 한다 하는 유저들은 다 쓴다. 옛날엔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또 벽에다 대고 ‘QE 콤보’를 쓰면 평지에다가 쓰는 것보다 스킬 사거리가 더 길어지는 기술도 있다. 이밖에 안 좋은 버그들도 있다.”

-신드라가 주류 챔피언으로 떠오른 건 ‘난입’ 룬 때문인데 오늘은 ‘감전’을 택했다.
“르블랑 상대로는 난입이 크게 필요 없다. 감전이 르블랑과 붙을 때는 더 편하다.”

-신드라 대 르블랑은 손싸움이라는 해설진의 얘기가 있었다.
“그 얘기에 동의한다. 신드라 대 르블랑은 선수 손싸움이다. 저도 옛날부터 이 대결 구도는 ‘내가 신드라 하면 이긴다’ ‘내가 르블랑 하면 이긴다’라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아마 오늘 ‘페이커’ 이상혁 선수도 그런 마인드로 임했던 것 같다. ‘페블랑’이 유명하지 않나.”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