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다짐한 한국타이어, 후계 논란 속 형제경영 이어질까

입력 2020-07-02 06:05
조현범 사장(왼쪽)과 조현식 부회장.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이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하면서 조현범 사장의 승계가 기정사실화됐다. 그룹 측은 ‘형제 경영’이 지속될 거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 분쟁 발발 가능성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그룹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의 ‘형제 경영’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현재 경영 체제를 개편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전날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6일 조현범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보유 지분 전체(23.59%)를 넘겼다. 조현범 사장은 지분이 19.31%에서 42.9%로 늘면서 그룹 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조현식 부회장의 보유 지분(19.32%)과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 탓에 차남 승계를 확정적으로 보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초 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조현식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이끌어 왔다.

최대주주의 조기 변경은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계자를 미리 정해 그룹 안정화와 변화를 동시에 꾀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범 사장은 그룹 내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신사업 추진은 물론 신성장동력, 미래 발전 방향 등을 주도해 왔다”며 “기업 브랜드를 강화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등 경영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테크 기업’으로의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년 이상 사용했던 사명을 지난해 5월 바꿨는데 ‘타이어’를 빼고 ‘테크놀로지’를 넣어 그룹이 추구하는 방향을 잡았다. 올해는 사옥을 판교 테크노밸리로 옮기며 기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 개편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형제 경영’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각은 여전하다. 조현범 사장이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사장은 협력 업체로부터 약 6억원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원씨는 그룹 경영이나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그룹 지분 10.82%를 보유 중이다.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과 합칠 경우 지분율은 30.14%로 늘어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