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교 미스터리… 첫 학교 감염이냐 학원 감염이냐

입력 2020-07-01 18:04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교내 전파 의심 사례가 나와 방역 당국이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등교수업 후 학원·노래방 등 학교 밖 감염 사례는 있었지만 학교에서 학생끼리 코로나19를 퍼뜨린 경우는 없었다. 정부는 아직 ‘의심’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교내 전파로 확인되면 학교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린 첫 사례여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1일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 5학년에서만 학생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교육 당국은 이들을 대전 115번 120번 121번 확진자로 명명했다. 이 학교 첫 확진자인 115번은 대전 동구의 판암장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113번 확진자의 아들이다. 115번과 120번은 같은 반이고, 115번과 121번은 다른 학급이지만 단짝 친구로 알려졌다. 교회 감염이 가정으로 이어지고 다시 학교 담을 넘은 경우로 추정된다.

115번과 121번 확진자의 감염 고리는 규명됐다. 두 학생은 합기도 훈련 파트너로 같은 합기도 도장을 다니고 있었다. 또 평소에도 서로의 집을 오가는 친한 사이로 확인됐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합기도 학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는데 전원 음성이 나왔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121번 확진자의 경우 학원 혹은 지역사회 감염에 가까우며 교내 감염의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120번의 감염 경로다. 115번과 120번은 지난 22~24일 학교에 나와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두 학생은 각각 1분단과 2분단의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로 거리가 15m가량 떨어져 있었으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다. 만약 115번 학생이 교실에서 코로나19를 퍼뜨렸다면 해당 학급의 다른 학생들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생의 담임교사는 등교수업이 이뤄지는 시기에 교실에서 학생을 철저히 통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115번과 120번이 친한 사이가 아닌데 다른 학생들은 멀쩡하고 두 학생만 확진된 걸로 봐서 다른 감염원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115번과 120번의 다른 연결 고리는 학원이다.

두 학생은 방과 후 같은 학원을 다닌 것으로 파악됐지만 수강 시간대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학원에서 코로나19가 퍼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정밀한 역학조사에도 120번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학교 내 첫 전파 사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전 동구의 유·초·특수학교는 오는 10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동구 소재 중학교 12곳은 전체 학생의 3분의 1만 등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 34곳, 초등학교 23곳, 특수학교 2곳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는 경증이면서 무증상 감염이다. 학교 밖 감염이 학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며 “환자가 나오더라도 해당 학교와 학생 잘못이 아니다.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