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노사정 대표자 합의가 민주노총 강경파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유지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 노사정 합의안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민주노총도 이 과정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한때 감금되는 등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국무총리실은 1일 오전 10시15분쯤 긴급 공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이 민주노총의 불참 결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협약식을 불과 15분 앞둔 시점이었다. 합의문이 예정대로 추인됐다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6개 주체가 참여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 알력으로 노사정 합의안은 끝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추인을 얻지 못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물리력을 동원해 김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막았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감금되면서 자동적으로 협약식 참석은 막혔고, 합의는 무산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압박과 스트레스 등으로 코피를 쏟으며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오후부터 30일 오전까지 중집을 열어 노사정 대표자들이 서명할 합의안을 보고하고 내부 추인을 시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합의에 적극적이었다. 한국노총도 30일 오후 합의안을 추인했고, 총리실도 사실상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가정하고 오후 늦게 협약식 시간을 공지했다. 하지만 결국 강경파의 실력행사로 합의는 실패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총리실은 “이미 도출한 잠정 합의안을 다시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서명식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노사정 간에 좀 더 지혜를 모아 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마련한 합의안을 민주노총 요구 만으로 다시 손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노사정 합의안도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노사정 합의안을 통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장,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수립, 특수고용직(특고) 고용보험 가입 정부 입법 추진, 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논의 등을 약속했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의 결정이 추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향후 민주노총 노선이 투쟁 일변도의 강경노선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직을 걸겠다’고 한 만큼 그의 위원장직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재필 황윤태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