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래단지 개발사업을 놓고 소송 전에 돌입했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 간 다툼이 JDC가 버자야 측에 1250억원을 배상하는 조건으로 일단락됐다.
JDC는 사업 투자자인 버자야제주리조트 주식회사가 2015년 JDC를 상대로 제기한 323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양측이 재판부의 강제조정 결정을 받아들여 분쟁을 종결하는 것에 최종 합의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버자야 그룹은 2008년 제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부지(74만1200㎡)에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50층 규모 호텔과 카지노, 주거형 휴양단지를 짓기로 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투자를 진행해왔다.
2013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토지주들이 사업이 당초 제시된 방향(유원지)과 다른 성격으로 추진된다며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대법원이 국토계획법상 유원지로 지정된 예래 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주민 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토지수용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버자야 그룹은 JDC의 권유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입었다며 제주도와 JDC를 상대로 3238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버자야 그룹의 투자회사인 버자야랜드버하드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 분쟁해결(ISDS) 전단계인 중재의향서를 우리나라 법무부에 제출해 4조원대의 국가간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를 말한다.
법원의 조정결정안에 따라 JDC는 버자야 그룹에 1단계 사업 투자금인 125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버자야 측은 한국 정부와 제주도, JDC를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권을 JDC에 넘긴 뒤 완전히 손을 뗀다.
양 측은 30일 이 같은 법원의 중재 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JDC는 대출과 채권 발행을 통해 12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급기간은 합의일 이후 35일(영업일 기준) 이내다.
버자야 그룹과 분쟁이 종결됨에 따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사업권을 양도받은 JDC는 토지주들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 재추진 방향을 결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5년간 JDC에 부담을 지워온 버자야 측과의 법정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사업부지 토지주들의 토지 반환 소송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토지주는 모두 405명. 사업 인가 전 JDC 측에 토지를 넘긴 ‘10년 경과 협의매수 토지주’가 60%로 가장 많고, ‘10년이내 협의매수 토지주’가 33%, ‘강제 수용 토지주’가 7%다.
JDC는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토지주 중 ‘10년이상 협의매수 토지주’들의 반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제주지방법원은 토지주 2명이 JDC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JDC는 이들로부터 산 땅이 협의 취득이 아닌 매매 취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토지 등기원인이 매매로 되어 있더라도 JDC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시행을 위해 토지를 취득했기 때문에 거래 실질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 취득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대법원 사업 무효 판결 이후 JDC 측에 제기된 강제수용 토지반환 소송도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버자야 그룹 탄스리 회장과 수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현재 진행중인 ‘토지반환’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재추진 방향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지난해 대법원이 인허가 당연무효 판결을 내림에 따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1997년 유원지 지정)로 분류돼 7월 1일자로 실효 고시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