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 올해보다 16.4%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영여건과 고용상황이 나빠졌다며 2.1% 삭감을 제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노사 모두 어렵지만 ‘상생’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양대 노총 단일안으로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과 양극화 해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올해보다 2.1% 삭감된 시급 8410원을 단일안으로 제출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 경영이 많이 악화했다는 것이 근거다.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인상률이 16.4%를 초과한 해는 2001년(16.6%), 1991년(18.8%) 두 번뿐이다. 2018년에는 16.4%가 올랐다. 올해 노동계가 역대 3번째로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해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안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도 2.1% 삭감을 주장했다.
극과 극의 요구안이 제시됨에 따라 전원회의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근로자 위원 간사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4차 전원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용자 위원들이 삭감안을 제출한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우롱하고 최저임금법을 부정하는 오만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반면 사용자 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게 국민적 과제라면 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사는 전원회의에서 시종일관 서로 압박하는데 힘을 쏟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협상에는 최초 제시 값이라는 게 있다”며 “노동계도 경영계도 첫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절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양측이 서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1차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 시한(6월 29일)을 이미 넘겼다. 고시 시한이 다음 달 5일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는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끝나야 한다. 5차 전원회의는 오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