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시발자 와인스타인, 피해자 합의금 무려 ‘226억원’

입력 2020-07-01 16:24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파헤친 영화 '와인스타인'의 한 장면. 수입사 제공

30여년간 각종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러 전 세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이 피해 여성들과 1880만달러(약 226억원)에 합의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과 집단소송을 담당한 엘리자베스 A. 페건 변호사는 이같이 밝혔다. 연방법원이 이번 합의 내용을 최종 승인하면 피해자들은 와인스틴을 상대로 전체 합의금 중 각각 7500~75만달러(900만~9억원)에 상당하는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페건 변호사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투 운동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보복이 두려워 앞으로 나서길 꺼렸던 이들을 대신해 정의를 요구해온 피해 생존자들의 수년간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중 한 명인 케이틀린 둘라니도 “오랫동안 정의 구현을 기다려온 수많은 여성을 도울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처음 피해 사실을 고백했을 때, 정의를 세우는 바른길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생존자를 위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검찰총장 역시 “모든 괴롭힘과 위협, 차별 뒤에 생존자들이 마침내 정의의 한 부분을 얻어냈다”면서 “이번 합의는 직장 상사의 성추행과 차별, 협박, 보복을 겪었던 모든 여성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와인스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또 다른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더글러스 위그도 변호사는 이번 합의가 “와인스틴 피해자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와인스틴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