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무진 보고서’ 본 뒤 회의 불참한 검언유착 수사팀

입력 2020-07-01 16:19 수정 2020-07-01 17:01

서울중앙지검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이 지난달 19일 대검 형사부의 ‘실무진 보고서’ 내용을 전달받은 뒤 대검찰청 지휘협의체 회의에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법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임을 확인한 뒤 회의에 불참한 셈이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팀과 지휘부의 이견은 통상 있는 일인데 수사팀의 설득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 수사팀은 지난달 19일 오전 대검 형사부 실무진이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한 검토 보고를 한 직후 대검 형사부장으로부터 해당 보고서 내용을 전달받았다. 보고서에는 이 기자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측은 이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일방적으로 협박했다기보다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에 가깝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시했다고 한다.

지휘부의 의견에 반박할 순서였지만 수사팀은 참석키로 했던 지휘협의체 회의에 불참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것이 불참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이미 ‘범죄가 안 된다’는 식으로 결정이 나 있다”고 불신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수사팀의 태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검 형사부장의 보고서 전달은 수사팀에게 중점적으로 방어할 대목을 짚어주는 차원이었음에도 수사팀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는 토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어진 공개토론 자리를 포기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시 수사팀의 회의 불참을 보고받은 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임을 감안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자문위원 추천 등을 놓고 대검과 수사팀은 거듭 충돌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휘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독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