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한국에 온 탈북민은 역대 최저치인 1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 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2분기(4~6월) 탈북민의 수는 잠정 12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4월 7명, 5월 2명, 6월 3명(잠정치)이 북한을 탈출해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통일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96%가량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탈북루트가 되는 국가들의 국경이 닫히면서 탈북이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여 대변인은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관련 국가들의 국경 폐쇄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이동이 어려워져 입국 탈북민 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핵심 탈북루트인 북·중 국경이 닫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국경감시를 강화하면서 탈북민의 발이 묶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월 말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중국과의 국경을 닫는 초강수를 뒀다.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민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했다.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3차 추경용 검토보고서에서 올해 국내로 유입되는 탈북민 수가 지난해 대비 약 67% 감소한 약 350명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잠근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로부터도 대규모의 식량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센터(ITC)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 러시아로부터 740만7000 달러 상당의 곡물을 수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254만8000 달러) 가까이 더 사들인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945만 달러 상당의 곡물을 수입하기도 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장기화된 대북 제재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곡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