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미국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1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파우치 소장은 “미국에선 지금 하루에 4만여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면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하루 10만명까지 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루 최대 신규 확진자가 4만명 이상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다고 여겨져 온 4월보다 일일 최대 신규 환자가 1만명 가량 많은 수준이다.
“미국의 전체 코로나19 사망자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충격적일 것”이라면서 “한 지역에서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면 잘하고 있는 다른 지역도 취약해진다는 것은 내가 장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우리는 지금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큰 곤경 속에 있게 될 것이며 이것이 멈추지 않으면 많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경제활동 재개 연기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리사 M. 리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퍼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균형잡힌 대응 방안이 필요한다”면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거부한다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코로나19가 계속 번질 것이며, 몇 달이 아니라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승인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플라시보(가짜약)보다 최소 50% 효과가 있어야 한다. 승인을 받은 후에도 추가적인 안전성 모니터링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1년간 상황을 추적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백신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미국 모더나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