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주자 부상을 바라보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윤 총장의 발돋움을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등판 가능성을 일축하는 발언도 나왔다.
윤 총장의 대권주자 부상을 반긴 사람은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이만희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2차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지지율 3위에 오른 걸 두고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다. 자기 일에 대해 소신과 의리를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통합당 내 대권 잠룡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좋은 현상이다”고 답했다.
같은 날 이 의원은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비대위원장이 최근 윤 총장에 대해 ‘처신하는 걸 보니 든든한 데가 있다’는 평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기세등등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자기의 칼을 들이대는 소신과 여권의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가 국민적 관심이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윤 총장을 야권의 대선후보로 끌어들이는 데 신중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은) 아직 공무원이다. 우리는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 사람을 여기에 나서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도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누구든지 우리 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만 말했다.
반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가 없지 않나”며 윤 총장의 대선주자 등판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여권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윤 총장 지지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총장이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에 오른 것은 정부·여당의 오만독선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윤 총장이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걸로 보이는 건 야권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드러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보수층의 갈증과 착시”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사코 여론조사에서 빼달라는 그분이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가 된 것은 현 정부 인사들의 안하무인식 언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인다”며 “공수처 신설과 검찰개혁을 빌미로 사법권마저 장악하려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2~26일 전국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8%로 1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15.6%로 2위, 윤 총장이 10.1%로 3위에 올랐다. 윤 총장은 전체에서 3위였지만, 사실상 ‘야권 대권주자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 신분이지만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총장은 2월 초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월 31일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윤 총장은 “형사법 집행을 총괄하는 이가 후보군에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말했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