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 중인 KBS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정년퇴직이 예정된 900여명을 포함해 모두 1000여명을 감축하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게 골자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오전 KBS 여의도 본사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적자가 커지는 추세를 막을 수 없다”며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는 1981년 이후 2500원으로 동결된 상태이며, KBS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현재 45% 수준이다. 양 사장은 “몇 년 안에 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각오로 혁신을 이룩해야 (수신료 인상의) 문이 열릴 수 있다”며 “하반기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의 물꼬를 트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KBS 의도대로 수신료 인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고, 수신료 인상 전에 방송 공공성과 신뢰,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KBS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행 35%에서 30%로 낮춘다. 올해부터 4년 동안 1000여명 규모의 감원을 하는데 이중 900여명은 정년퇴직으로 자연 감소하고, 추가 감축을 위해 100여명에 대한 특별 명예퇴직 제도를 시행한다. 다만 신규채용을 중단한다는 계획은 철회했다. 양 사장은 “신규채용을 지속할 예정이라 단순히 100여명을 추가 감원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매년 신규채용을 하면서 4년간 1000여명을 줄이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적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KBS는 2018년 기준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았다. 회사의 혁신안에 대해 KBS 노조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과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KBS가 맞닥뜨릴 도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시금석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사측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KBS 노동조합은 “대규모 감원은 고용을 위협한다”며 반발하며 이날 오전부터 신관 계단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밖에도 양 사장은 효율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성과급제를 대폭 늘리고 성과 보상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저성과자를 퇴출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다만 임금체계 전환과 퇴출제도 강화는 노사합의가 필요하다.
양 사장은 관행으로 굳어진 일부 인사제도도 개선할 뜻을 전했다. 숙련된 시니어 인력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년퇴직 1년 전부터 갖는 안식년을 대신해서 현업을 지속할 방안을 추진하고 분기별 퇴직을 월별 퇴직으로 전환한다. 또 본사와 계열사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올 하반기까지 전체 직무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설계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