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지지부진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서초구 이전 계획이 결국 ‘박원순 안’으로 변경됐다. 새 의료원 위치가 서초구 원지동에서 중구 방산동으로 바뀌고, 원내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립된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국립의료원을 방산동 ‘미 공병단 부지’로 신축·이전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1일 체결했다. 박 시장이 지난 4월 28일 공개 제안한 ‘방산동 이전 안’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두 기관은 방산동 국립의료원 신축·이전을 본격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복지부는 정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이전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짓고, 서울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현 을지로6가동 국립의료원 부지매각 및 방산동 부지매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올해 11월 말까지 국립의료원 신축·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료원 부지매각·매입은 내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협약 이행을 위해 서울시와 복지부, 의료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협약을 이행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두 기관이 합의할 땐 협약을 변경·해지할 수 있다.
국립의료원은 1953년 설립된 낡은 병원이다. 6·25전쟁 전상병과 민간환자의 치료, 의사와 의료요원의 훈련 양성을 위해 복지부 산하 종합병원으로 세워졌다. 공공의료 선도기관 역할을 해 왔지만 수십 년 동안 노후화되면서 2003년 원지동 이전이 추진됐다. 하지만 원지동 부지가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소음이 크고, 강북 도심에 있는 현 의료원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반발에 17년 동안 사업이 겉돌았다.
박 시장이 지난 4월 ‘방산동 이전 안’을 정부에 제안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해당 안은 신축 국립의료원 위치를 바꾸고 의료원 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자는 내용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부지 변경 시 우려됐던 서초구민들의 반발도 없었다.
박 시장은 국립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서울시 제안에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국립의료원이 감염병대응 및 진료역량을 높여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국립의료원이 중증환자를 관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17년간 이어진 신축·이전 논란을 마무리하고, 국립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의 중추 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