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차 방호기지로 버려졌던 유진상가 지하, ‘빛의 예술길’로 재탄생

입력 2020-07-01 12:38
홍제유연 입구

미장센_홍제연가

50년간 버려졌던 서울 홍제동 유진상가 하부가 공공미술로 채워진 빛의 예술길로 변신했다. 그동안 시민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혀있던 유진상가 지하 250m 구간을 홍제천이 흐르는 예술공간 ‘홍제유연(弘濟流緣)’으로 만든 것이다. 홍제유연(弘濟流緣)은 ‘물과 사람의 인연(緣)이 흘러(流)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 1970년 대전차 방호기지이자 최초의 주상복합으로 만들진 유진상가 하부공간을 50년만에 발굴, 시민 누구나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만들어 1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유진상가는 유사시 남침에 대비한 대전차 방호목적으로 홍제천을 복개하여 지은 1970년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많은 개발과 변화의 역사를 품은 근현대 건축자원이다.

서울시는 2019년 공공미술 대상지 공모로 장소성과 역사성 등을 종합 평가하여 ‘유진상가’ 지하공간을 선정했다. 매년 1곳의 대상지를 선정해 공공미술을 통해 특별한 장소로 바꾸는 ‘지역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홍제유연은 공간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빛, 소리, 색, 기술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의 전시 무대이자 시민들의 예술놀이터로 완성했다.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의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등 8개의 작품이 설치돼 환상적인 분위기의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히 진기종 작가의 ‘미장센_홍제연가’는 공공미술 최초로 3D 홀로그램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중앙부에 설치된 길이 3.1m, 높이 1.6m의 스크린은 국내 야외 스크린 중 가장 크다. 중앙부를 포함해 크기가 다른 9개의 스크린이 연동되어 홍제천의 생태를 다룬 영상들이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독특한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42개의 기둥을 빛으로 연결한 라이트 아트 작품 ‘온기’를 배경으로 홍제천 물길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보는 독특한 경험은 홍제유연에서만 만날 수 있다. 지정된 센서에 체온이 전해지면 공간을 채우던 조명 색이 변하는 인터렉티브 기술도 함께 적용됐다. 홍제유연은 1일 오후 2시 점등을 시작으로 매일 12시간(오전 10시~ 밤10시 )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커뮤니티 공간은 24시간 개방할 예정이다. 홍제유연의 현장 운영과 추가 전시 등은 서대문구청으로 문의하면 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홍제유연이 코로나 19로 닫힌 일상에 위로가 되고 서대문구 대표 관광·예술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쾌적한 공간운영과 장소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공공미술’은 닫힌 실내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예술 분야 중 하나”라며 “홍제유연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문화공백을 메우는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