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추미애랑 충돌했나” ‘윤석열 3위’ 불편한 민주당

입력 2020-07-01 11:31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20일 오후 광주고검·광주지검 출입문 쪽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총장은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일부러 어기고 ‘고의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인가”라며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간 건 ‘너무나 무리한 정치적 수사와 추 장관의 정당한 지시를 어긴 계속된 항명’ 때문”이라고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과 청와대 선거개입 등 윤 총장이 지휘한 수사와 추 장관과의 갈등이 검찰개혁을 원하는 이들의 비판을 촉발하고, 이에 보수 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추 장관이 때려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윤 총장이 무리한 수사를 했고, 추 장관과 충돌해서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정말 ‘큰 그림’을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수사를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정말로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필요하다. 국민은 정치적으로 오해받지 않는 검찰총장을 원한다. 제발 신중하고 조심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글을 맺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이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윤 총장 지지율이 야권에서 1위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며 “거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진행자가 ‘기가 막힌데 현실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묻자 최 대표는 “과거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율, 즉 대한민국 보수를 자임하는 분들의 정치적인 지지 의사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가장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정부와 맞서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거론하며 “야권은 황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총선에서 야권에 아주 불리한 지형을 만들어 놓고 빠졌다”며 “검사를 하면서 검찰총장으로 올라온 사람들 또는 검사를 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된 사람들은 자기 영역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했다. 윤 총장은 정치권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래통합당이 윤 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야당에서 (윤 총장을) 키우고 싶어 하는 거 아니냐”며 “야당에 워낙 인물난이 있으니까 ‘우리가 윤 총장을 키워보자’라며 자꾸 (여권의 윤 총장) 사퇴 얘기만 부각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2차 세미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대권주자 지지율 3위를 기록한 상황에 대해 “자기 일에 대해 소신과 의리를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그런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여론조사가 통합당 내 대권 잠룡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큰 자극이 될 것”이라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2~26일 전국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8%로 1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15.6%로 2위, 윤 총장이 10.1%로 3위를 기록했다. 윤 총장은 전체에서 3위였지만, 사실상 ‘야권 대권주자’로써 1위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 신분이지만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