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취임 2주년인 1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황학동 중앙시장을 출발해 신당5동, 신당동을 거쳐 걸어서 출근했다. 가벼운 복장에 운동화 차림으로 동네 곳곳을 살피는 중에도 주민들과의 안부 인사는 놓치지 않았다.
구청에 도착한 서 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일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격무부서와 보건소 직원들을 격려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그는 7월 한달간 현장을 집무실 삼아 구민들의 생활을 면밀하게 살필 예정이다.
그의 이른 출근을 익히 알고 있는 주민들은 더러 길목에서 그를 기다리기도 한다. 취임 초창기 별다른 의전없이 홀로 출근하던 서 구청장이 “어머니, 제가 구청장이에요. 불편하신 거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라고 얘기해도 “구청장이 혼자 다녀?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라며 반신반의하던 시장어귀 재구네 할머니는 이제 그의 열혈팬이다. 서 구청장이 걸어다니며 만난 주민들의 무수한 얘기는 모두 그의 휴대폰 속에 저장돼 있다. 사무실로 출근해서 그가 제일 먼저 해결하는 것은 민원처리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즉시 처리하고 반복적인 민원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해당부서와 머리를 맞댄다. 중구 관계자는 “5~6월 구청장 휴대폰 속에 저장된 주민 요구사항만 280여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 구청장은 취임 후 지난 2년간 ‘중구민을 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길 위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쉴새없이 달려 왔다. 덕분에 그간 추진한 9대 전략과제들이 하나둘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제일 공을 들인 사업이자 가장 큰 결실은 바로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일환인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이다. 학부모 만족도 99.9%, 대통령상, 교육부총리상, 서울시장상 수상, 정부혁신 100대 과제 선정 등 혁혁한 성과들이 있지만 가장 귀한 성과는 돌봄교실 때문에 이사 오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젊은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만큼 뜻깊고 값진 결과다. 구는 국공립어린이집, 중고생 진학상담 및 진로체험 프로그램까지 직접 운영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실현과 수준높은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
민선 7기 들어서 가장 실질적인 정책이자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역사에 대한 존경’으로 시행한 전국 최초 어르신 공로수당 10만원 지원이다. “고기를 맘편히 사 먹을 여유가 생겼다”며 어르신들의 호응을 이끈 공로수당은 지역화폐 형식으로 제공돼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함께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중구는 지난 2년간 아이들 보육·교육과 어르신 복지를 위해 전직원이 힘을 모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얻었다. 구는 이 성과들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한편 앞으로는 남녀노소 구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중구 만들기에 힘쓸 계획이다.
먼저 주민들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모든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시설 재배치를 통한 생활 SOC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개관을 앞둔 중구교육지원센터 이로움을 시작으로 신당동 일대 행정복합청사 건립, 공영주차장, 보건소 부지, 약수동 공공시설 등 복합개발까지 주민들의 생활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주민들의 일상이 곧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생활문화예술터 조성과 문화예술거버넌스 구축, 예술대학 운영 등에 박차를 가한다. 다양한 생활문화 동아리를 활성화시키고 얼마 전 개관한 다산동·약수동 작은도서관처럼 주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도서관과 어린이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최초 신설한 동정부 사업도 더욱 확장한다. 지난 한 해는 예산과 권한을 동주민센터로 이양하고, 다시 주민에게 예산 편성권을 부여해 주민 참여와 주민 자치의 터를 닦은 한 해였다. 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단계 더 나아가 노후주택가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유사한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도입을 추진한다. 우리동네 관리사무소는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물론 청소, 공원관리, 작은도서관 운영, 자치회관 관리 등 공공부문 파생 업무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인력 역시 지역주민으로 고용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 효과도 꾀할 방침이다.
서양호 구청장은 “취임 전 중구를 100바퀴 정도 걸어 돌았다.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정방향의 틀을 세웠고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중구민을 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며 일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취임 2주년 소감을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