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각설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고심 중인 가운데 임 전 실장의 거취에 관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1일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해 왔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 후임으로는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 실장은 최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퇴할 때 이미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파문 등으로 인해 사표 수리 시점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서 원장 후임으로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의 임명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4월 말 한 계간지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개선 역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임 전 실장 측은 “근거도 없고 출처도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부에선 임 전 실장이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은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 제3차 남북정상회담 등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으로 북한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임 전 실장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지난주까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안보실장직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 차례 문 특보의 주미대사 카드가 무산됐고, 문 특보가 평소 미국을 향한 민감한 발언을 한 것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후임으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초 이 의원으로부터 인사 검증 동의서를 제출받아 사실상 단수 후보로 막바지 검증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김 전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부터 이 의원을 비롯해 우상호·홍익표 의원 등이 통일부 장관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해 왔다. 차기 장관은 교수 출신보다는 관료 사회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대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정치인 그룹에서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만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들이 모두 장관직 제안을 고사하면서 사실상 이 의원 단수 후보로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 전·후반기 모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8년에는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