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좌완 베테랑 유희관(34)의 5연승이 막을 내렸다. 스스로 범한 송구 실책이 뼈아팠다. 그 결과로 키움은 두산을 꺾고 ‘서울 3강’(키움-두산-LG 트윈스)의 2위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두산은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으로 찾아가 키움과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원정 1차전에서 2대 11로 대패했다. 두 팀의 고척 3연전은 한 번의 승패마다 간격을 1경기씩 벌리거나 좁히는 2~3위 간 맞대결이다. 2위 키움은 이날 승리로 중간 전적 31승 18패를 기록해 3위 두산(28승 20패)을 2.5경기 차이로 밀어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0번째로 선발 등판한 이 경기에서 5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하고 패전했다. 앞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던 5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T 위즈에 3대 12로 완패해 패전으로 시작한 뒤 내리 5연승을 질주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유희관의 시즌 2패(5승). 승수에 비해 높은 유희관의 평균자책점은 4.73으로 올라갔다.
시작은 좋았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1회초 2사 3루에서 내야 안타를 쳐 주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홈으로 불렀다. 김재환의 타구는 타석으로 튀어 투수 이승호와 1루수 박병호 사이로 흘렀다. 김재환은 1루에서 살아 타점을 쌓았다. 이때만 해도 어깨가 가벼웠던 유희관은 1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키움 타선의 화력쇼는 2회말부터 시작됐다. 키움 포수 이지영은 1사 1·2루에서 유희관의 높게 들어온 2구째를 퍼 올려 좌중간을 가르고 주자 2명을 싹쓸이했다. 키움의 2-1 역전. 2루를 밟은 이지영은 후속타자 전병우의 희생플라이 때 3루까지 진루했지만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유희관의 실책은 5회말 1사 1루에서 키움 타자 서건창을 상대할 때 나왔다. 서건창의 타구는 유희관의 엉덩이를 맞고 마운드 주변으로 떨어졌다. 이때 유희관은 몸을 날려 공을 잡은 뒤 1루수 오재일에게 넘겼다. 이 공이 높게 날아갔다. 송구는 오재일의 키를 훌쩍 넘겨 흘렀고, 이 틈에 1루에서 출발한 키움 주자 박준태는 전력으로 질주해 홈을 밟았다.
유희관은 나뒹굴 만큼 투지를 발휘했지만, 집중력이 아쉬웠다. 서건창은 내야땅볼성 타구를 치고 2루까지 달려 나가는 행운을 얻었고, 유희관은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송구 실책으로 추가점을 헌납했다. 키움은 이어진 1사 1·3루 때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서건창을 홈으로 불러 5-1로 달아났다.
유희관은 5회말 수비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직구 33개, 체인지업 34개, 슬라이더 15개, 커브 11개를 적절하게 섞어 93개의 공을 던지면서 키움 타자 5명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지만, 특유의 수싸움이 통하지 않았다.
키움 타선은 선발부터 무너진 두산의 마운드를 계속 두드렸다. 이지영은 6회말 1사 때 3루 주자 박동원을 홈으로 부른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다. 7회말에는 1사 만루에서 주자를 싹쓸이한 박동원의 3타점 2루타를 포함해 6점을 뽑고 빅이닝을 만들었다.
두산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오재일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추격을 시작하기에는 점수 차가 컸다. 키움 선발 이승호는 6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2패)을 수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