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벌써부터 홍콩 민주 진영의 공포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은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비서장을 맡고 있는 데모시스토당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은 “홍콩보안법이라는 악법 통과로 홍콩의 민주 진영은 이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10년 이상의 투옥과 가혹한 고문, 중국 본토 인도 등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엄혹한 운명이 눈앞에 놓여있지만, 이를 짊어지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당에서도 탈퇴해 개인 자격으로 신념을 실천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슈아 웡은 홍콩보안법 시행 시 중국 당국에 체포될 1순위가 자신이라고 스스로 밝혀왔다.
데모시스토당 당원 아그네스 차우와 네이선 로 전 주석 등도 이날 당 탈퇴 의사를 밝히고, 개인 자격으로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탈퇴로 데모시스토당은 활동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은 홍콩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으며,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은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홍콩 민주진영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들과 함께 반중 매체 빈과일보 소유자인 지미 라이 등 민주화 인사 54명의 ‘체포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인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의 6·4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했으며,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매체로 명성을 날렸다.
홍콩 민주 진영은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홍콩 주권반환일인 1일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으나 얼마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집회 강행을 주장한 정치인 창킨싱은 “우리가 저항한다면 체포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처벌은 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중 영국 대사관이 중국의 위챗 계정에서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중국이 이를 곧바로 삭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영국 대사관은 지난 19일 중국 관영 매체들의 ‘잘못된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한 ‘홍콩 문제에 관한 설명’ 글을 위챗 계정에 올렸다.
중국 검열 당국은 이 성명이 올라온지 2시간만에 위챗에서 삭제했고, 현재 그 자리에는 ‘이 내용은 규정을 위반해 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다.
영국 대사관측은 29일 위챗 계정에 비판 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가장 권력이 많은 자의 목소리만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삭제되지 않았지만, 규정 위반을 이유로 공유가 금지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