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 이모 전 기자가 부산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만났을 때 “사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한테 편지를 써놨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기자 측은 이 발언이 한 검사장과의 사전 모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전문수사자문단에 이 전 대표 대리인인 지모씨와의 녹취록 전문을 제출해 지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실제 대화와의 차이점을 밝히고,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 등을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를 범행 공모가 이뤄진 장소로 보고 있다. 백 기자의 녹취록에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으며, 이 기자에 대한 영장청구 방침을 세운 근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신라젠 수사가 어떻게 될 거냐”고 묻자,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은 서민·금융범죄”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선 관심 없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전 기자는 대화 말미에 “사실 제가 이철한테 편지도 써놨다. 곧 부칠 거다”고 했다. 이에 한 검사장이 대답 없이 “숙소는 어디세요”라고 물으며 대화가 마무리 됐다고 한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때 나눈 대화가 공모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의 3월 10일 통화 내용도 공모를 입증할 근거로 본다. 녹취록엔 이 전 기자가 백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일단 만나보고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 기자는 3일 뒤 지씨를 만나 노트북으로 녹취록을 보여준 뒤 직접 읽었는데, 이때 지씨에 대한 압박이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전문수사자문단 등이 열리면 실제 녹취록과 지씨 인터뷰 내용의 차이점에 대해 주장할 계획이다. 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을 총선 전에 폭로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채널A 측은 3월말, 4월초를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녹취록엔 이 기자가 “시점은 상관 없다”며 “왜 총선 그걸 생각하시는 거냐”고 지씨에게 되묻는 대목이 나온다.
아울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이 기자가 지씨에게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뭐든 얘기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는데, 녹취록엔 이런 내용이 없다는 게 이 기자 측 주장이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