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75) 서울대 명예교수 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이 “K-방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등 성공하고 있지만 통제를 강조하는 국가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민재단이 주최한 ‘세계 30대 도시 시민 설문조사 자료 분석-한국·일본·미국·중국의 국가 이미지 탈바꿈’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모델의 등장과 숨은 위험’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30대 도시 시민들은 각국 정부의 능력 평균 점수에 비해 한국 정부의 능력에 예외 없이 높은 점수를 줬다. 성공 모델로 부상한 K-방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시민들 역시 한국 정부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지만 타국 정부의 능력은 매우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 교수는 “한국 시민들만의 독특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며 “자기도취의 나르시시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발표 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K-방역에 대한 인식에 대해 진보진영에 있던 ‘증거에 대한 결핍’을 K-방역이 충족해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대북, 경제 분야 등에서 진보적인 색채가 반영된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K-방역이 성공하면서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국내에서 K-방역을 놓고 진보·보수 성향 시민들의 차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오히려 소통을 강조해왔던 진보성향 시민들이 훨씬 더 자국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타국 정부의 능력을 낮게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쉽게 없어질 수 없는 상황에선 권위주의 국가통제 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국가주의적 성향이 코로나 이후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의 이런 진단은 서울·대구를 포함해 뉴욕·도쿄 등 세계 30대 도시 시민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자국과 타국 정부의 대응 능력,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 등을 평가하게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