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구성 등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공식 건의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나아가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며 대검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에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수사 중이던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사실관계와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의 자문기구인 수사자문단이 수사팀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와 수사보안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특히 국민적 우려가 크다며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대검에 건의했다. 윤 총장에게 사건 처리 결과만을 보고하게 해 달라는 요구다. ‘스폰서 검사’ 추문 직후인 2010년 6월 신설된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데, 상급자의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보고해 왔다. 검언유착 사건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연루돼 있다.
대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수사팀의 건의 속에 모순이 있다는 물밑 반응이 있었다.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대검에 보고된 것이 지난 17일이었는데, 그렇다면 수사가 충분히 진행된 상황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을 지휘해온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수사팀과 달리 “이 기자의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이 같은 반박 의견을 개진했다. 이때 수사팀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