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지분 헌납을 발표했지만 정작 인수합병(M&A) 키를 쥔 제주항공은 시큰둥하다. 이 의원 주식 가치에서 이스타항공 부채 등을 제하고 나면 제주항공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얼마가 될지 저울질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 의원 일가를 불법 증여, 횡령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30일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이 발표한 이 의원 일가의 지분(38.6%) 헌납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내부 검토를 이어갔다. 전날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까지 지분을 포기했으니 제주항공은 내일까지 인수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제 기자회견 후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어떠한 추가 설명을 들은 게 없어 발표 내용이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 의원 지분 헌납이 우리 측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헌납하겠다고 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410억원 규모)에서 부실 채권,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얼마가 남을지가 제주항공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M&A 성사 시 제주항공 전환사채(CB) 100억원을 포함해 약 150억~200억원이 제주항공 손에 남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 금액으로 체납된 임금 250억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은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워낙 많다보니 실제 남을 금액은 30억원이 채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타이이스타겟 보증 문제 등 M&A 계약상 선결요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태국 항공사와의 보증 관계를 정리했다고 하지만 우리 측에선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게 해결되지 않는 한 대주주 지분 헌납이 실효성이 있다고 해도 계약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속이 타들어 간다.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엔 인수합병만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며 폐업 위기를 우려했다.
회사 내부 갈등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이날 이 의원 일가에 대한 고소 고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이삼 위원장은 “이 의원은 직책 없이 회사 경영에 관여했고 아들과 딸에게 지분 증여를 위해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며 “증여세 탈루, 업무방해죄 등으로 이르면 다음 주 중 고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