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중 제주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가 의회 안팎에서 타박을 받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 자치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태동했지만 현실은 퇴직 교장의 무투표 당선과 깜깜이 선거로 지방선거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가 제주특별법 제66조 제2항(교육의원 출마 자격 제한)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면서 당사자인 도의회의 공식 의견을 요청, 의회 내부에서 본격적인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교육의원’은 시·도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정책·예산을 심의·의결하고, 교육감과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에서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2006년부터 제주도 전역 5개 선거구에서 5명의 교육의원을 선출해오고 있다. 타 지역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2010년 직접선거를 치른 뒤 2014년 6월 30일 일몰제 적용으로 모두 폐지됐다.
당초 교육의원 제도는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적 전문성을 토대로 지방교육의 특수성에 맞는 교육자치 실현을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교육의원 입후보자에게는 일반 도의원과 달리 ‘소속 당이 없고’ ‘교원 또는 교육행정 경력 5년이상’의 자격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피선거권 제한에 따라 교장 출신 퇴직 교육자들이 대거 무투표 당선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별법은 교육(행정) 경력을 ‘5년 이상’이라고만 제한하고 있지만 교원의 신분으로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출마의 문은 퇴직자들에게만 열려 있다.
교육의원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선출자격 제한의 문제를 지적한다.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교육자치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누구나 선거 등을 통해 공직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한 공무담임권 위배 논란도 제기된다.
교육의원으로 선출된 후 본회의에서 일반 도의원과 같이 모든 표결에 참여하는 이른 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도 주요 논란 거리다.
깜깜이 선거 지적도 이어진다. 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교육의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선거구 범위가 넓어 사실상 ‘모르는 후보를 놓고 투표를 했다’는 유권자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교육의원들의 ‘역할’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의정 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입법 활동 내용을 보면, 제주에서 첫 교육의원 선거가 이뤄진 2006년부터 지난 5월말까지 교육의원(20명)들이 대표 발의한 건수는 총 64건으로, 같은 교육위원회 소속한 일반 도의원(16명)들의 발의 건수(77건)보다 적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교육의원 출마 자격을 제한한 제주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2018년 제주참여환경연대 청구)에서 당사자인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견을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의회 내부에서도 ‘옆방 동료’와 ‘제도 존폐’라는 불편한 주제에 대해 본격적인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관련 의안을 발의하는 한편, 지난 9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교육의원 존폐 문제가 본회의에 상정돼 의회 차원에서 본격 논의될 수 있도록 의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의장과 상임위위원회인 의회운영위원회의 미온적 태도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교육의원 존폐에 대한 의회의 공식 입장 대신, 43명의 도의원들은 헌재에 각각 개별 입장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간 물밑에서 조심스레 거론해오던 ‘교육의원 존폐’ 논의가 이번 과정을 통해 공론화의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7월 후반기 의회 운영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면 현재 계류 중인 ‘교육의원 의견제시의 건’이 운영위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의회가 교육의원 문제 공론화를 재점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