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 긴급 대책’을 실시한 이후 약 10만 마리의 야생멧돼지를 포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초까지 10~20%였던 양성검출률은 이달 3.8%로 급감했다. 험준한 산악지형·지뢰지대 등 지역 특성을 미리 꿰뚫은 ‘지피지기식 ASF 방역’ 전략이 성과를 낸 것이다.
환경부는 ASF 긴급 대책 실시 이후 현재까지 9만5979마리 멧돼지를 포획, 최근 3개년(2016~2018년) 평균 실적보다 2.8배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ASF 발생지역은 대부분 해발고도 300m를 넘는 산악지대다. 지뢰지대, 군 작전지역 등 민간인 통제 구역이 혼재돼 수색이 녹록지 않다. 하지만 여러 악조건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방역 전략이 주효했다. 리투아니아·폴란드 등에서 수년째 ASF 발생이 줄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국내 ASF 방역은 세계가 주목했다. 지난 1월 모니크 에르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사무총장은 ASF 고위급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방역을 182개 회원국에 공유해 각국 방역 정책 수립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ASF 긴급 대책에 담은 울타리·수색·포획 등 3단계 방역은 큰 성과를 보였다. ASF 감염지역 주변에 500㎞에 달하는 1·2차 울타리를 설치했다. 멧돼지 남하를 차단하기 위해 483㎞ 길이의 광역 울타리를 구축했다. 또 수색팀과 주민들은 2846건의 폐사체를 발견했고 이 중 632건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환경부의 신고포상제 아이디어가 주민 참여로 이어졌다.
지역 맞춤형 포획전략도 돋보였다. 몰이식 수렵을 제한하는 대신 포획틀과 포획트랩 2000여개를 설치했다. 원격으로 산속 그물을 조정해 멧돼지 여러 마리를 잡는 포획장을 구축했다. 그 결과 1·2차 울타리와 광역 울타리 내 개체 수는 전년보다 각각 76.4%, 45.7% 줄었다. 올해 초까지 10~20%였던 양성검출률은 이달 3%대로 급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성검출률이 줄어든 것은 집단 내 바이러스 전파 감염이 소강상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