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원엔 ‘월권’이라며 침묵하던 김현미 ‘인국공’에는 개입

입력 2020-06-30 15:52 수정 2020-06-30 17:0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공항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이런 발언이 그동안의 행보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 농성 사태 시 장관으로서의 발언은 내용과 무관하게 공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언급조차 피했었다.

김 장관은 지난 29일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고용안전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공공부문에서부터 모범을 보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왔다. 인천공항은 세계 1위 공항이지만 전체 근로자의 90% 가까이 비정규직인 매우 이상한 구조였다”며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최근 취업준비생의 반발에 대해서도 “현재 일하는 사람은 새로운 보안검색 직렬로 들어가기 때문에 채용의 길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직접 나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약 1500명이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고용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당시 김 장관은 고용형태를 정하는 것은 공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입장을 밝히면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고 선을 그은바 있다. 자신이 언급을 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월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김 장관이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역할보다 ‘정권 인사’라는 정체성에 무게를 더 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30일 “장관 위치에서 정책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문재인정부에 어떤 방향성이 유리할지에 따라 장관으로서의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모양새라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